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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Dec 24. 2019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히틀러와 달랐다

고! or 스탑!?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마케도니아가 황량한 산간벽지의 부족이었으며, 페르시아의 황제 다리우스와 맞붙었을 때 (BC333, 이누스 전투) 그의 군대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았는지를 생각하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시아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신화는 더욱 놀랍다. 더구나 페르시아의 황제 다리우스 3세에게 도전했던 그의 나이는 그는 불과 21세였다...


알렉산드로스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마케도니아를 떠난 지 3년 만에 11전 11승의 기록, 원정 8년 차에는 17전 17승 무패의 전적으로 싸움을 이어나갔다. 역사학자 티모시 와인가드는 그를 '광적인 자아'에 휘둘려 세상의 끝을 쫓아 정복하는 데 미친 듯 열중했다고 묘사한다.



그의 세계 정복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한 것은 인도 원정이었다. 군대는 지쳐 있었고 말라리아에 걸려 질병으로 죽어나갔다. 물자 보급도 한계에 달했고, 그의 앞에는 진열을 가다듬은 적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실을 깨달은 알렉산드로스는 인도 원정을 포기했다. 회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마우리아 왕조가 등장한 것을 보면 그의 결정은 탁월했다.


(출처: <모기>, p.92)


역사책 <모기>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두고 "이처럼 문명 세계의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져 한 개인이 단독으로 인류 역사에 그토록 깊고 강한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경우는 역사상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큰 영향력을 가졌던 그가 더 이상의 진격을 포기하고 회군한 사실이 놀랍다. 20전 20승으로 '승자효과'에 취해 충분히 자신과 자국 군대를 위험으로 몰아넣었을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인식하고 더 이상의 정복을 멈추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승자효과는 두 가지 양면성을 모두 보여준다. 초반의 승리는 그다음 승리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승리가 계속되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조차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만용을 부리게 만들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의 승리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것이라는 사고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영역과 통제가 쉽지 않은 경쟁자의 전략과 힘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자신의 가는 길은 오로지 승리의 길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자리 잡게 되고 오만의 크기만큼이나 그 길은 사망의 길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취월장>,  p.86-87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결정은 승자효과가 불러온 재앙의 두 사람, 나폴레옹히틀러와 대비된다. 세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1) 모두 자신의 제국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독재자였으며 2) 모두 연승 행진을 벌였다는 것. 그러나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알렉산드로스와 달랐다. 보급로와 퇴각로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고, 패배가 명백한 상황에서조차 퇴각을 고려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건전한 판단을 내릴 능력을 상실했고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현실을 보지 못했다. 권력이 그들의 판단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위험들 가운데 하나는
권력욕이 강한 지도자가 한 차례 승리를 거둔 뒤에
그의 혈액에 분출되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발생한다

-<승자의 뇌>, 이안 로버트슨



승리는 테스토스테론을 분출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치를 높여준다. 도파민은 우리가 마음속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해 주고 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물질이다. 이 뇌의 반응은 "승리->테스토스테론->도파민-> 승리"라는 성공의 선순환의 궤도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의 승자효과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고 계획을 추진하게 만든다. 


하지만 하지만 승자효과는 양면성을 가진다. 문제는 승리가 계속되어 테스토스테론이 너무 과하게 분출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때다.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에 과하게 노출되고 뇌가 두 물질에 민감해지면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중요한 신호들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이런 승자효과의 문제점은 히틀러의 극단적인 사례에서 뿐 아니라 지금도 찾을 수 있다. 언론에서 경영자 상을 받은 264명의 경영성과를 연구했는데, 주목을 받은 후 이들은 보수가 44퍼센트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 후에는 무려 26퍼센트나 낮은 이익률을 보인 것이다. 연이은 성공으로 인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결국 우리도 히틀러와 비슷한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승자효과에 굴복하지 않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여러 설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는 자기가 이기지 못할 싸움을 알았다. 연승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할 싸움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능력은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바둑기사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둑판을 시각화하는 능력도 같다.


책 <일취월장>에서는 반성적 사고를 통해 '부정적' 승자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반성을 통해 메타인지를 높이고, 그것을 통해 적절한 판단과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승자효과가 불러오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반성을 통해 (나를 객관화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나의 뇌를 휘젓게 놓아두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반성할 것인가?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가?

승자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세 질문의 답은 기록과 반성에 있다. 먼저 위에서 등장한 위대한 세 인물들이 가졌던 목표(세계 정복)에서 현실적인 나의 목표로 돌아와 보자.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은 정기적으로 목표를 검토는 것이다.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의 저자 마이클 하얏트는 단순히 목표와 동기를 적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검토하고 되새기라는 강조 한다.



실제로 목표를 적고 진행과정을 기록한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와 진행 사항을 더 정확히 인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으면 자신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더 잘 분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이클 하얏트는 이 목표 검토를 일별 검토, 주별 검토, 분기별 검토의 세 단계로 나눠서 설명한다.   


일별 검토: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 세 가지를 엄선하자

주별 검토: 1) 동기를 상기하고 2) 미니 사후 검토 3) 다음 주에 뭘 해야 하는지 파악하라

분기별 검토: 1) 성과를 기념하고 2 ) 결의를 다시고 3) 목표를 수정하고 4) 목표를 제거하고 5) 목표를 교체하라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전략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출처: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p. 251)


거창한 목표를 실행 가능한 단계로 세분화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목표가 세계 정복일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승자효과에 취하지 않고 멈출 수 있었던 이유가 이렇게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몰랐던 사실이 드러나거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닥친다면 목표를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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