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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Dec 17. 2019

열정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려 650만 명이 스티브 잡스의 졸업식 연설 영상을 시청했다. 이 연설문은 영어공부 자료로 많이 사용이 되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연설이 1/3쯤 지날 때 이런 내용이 나온다.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우리는 이런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열정에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가 열정론을 맹신하고 있는 이유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열정의 배신>의 저자 칼 뉴포트는 '열정이 따르라'는 조언이 틀렸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스티브 잡스도 애플을 창업하기 전에는 빌 게이츠 같은 IT 기업 창업자들과 달리 사업이나 전자 기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장발에 맨발로 걸어 다니는 괴짜였다. 칼 뉴포트는 이렇게 말한다.


단언컨대 애플은 열정의 산물 같은 게 아니라
별 볼 일 없는 계획이 기대를 뛰어넘어
성공한 행운의 결과였을 따름입니다.
-<열정의 배신>, P.30
(출처: 네이버 뿜)


사람들은 종종 직업 선택과 진정한 사랑 찾기를 동일선상에 놓는다. 내 짝은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는 환상처럼 딱 맞는 일을 만나면 저절로 알게 될 거라는 식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사랑을 과학으로 풀어본 책 <러브 팩츄얼리>의 로라 무차는 첫눈에 반하는 것이 두 사람 관계가 오래 지속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말 상대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반짝있는 것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처음의 열정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열정은 쉽게 변한다. 


(출처: <러브 팩츄얼리>, p,215)


직업 선택에 있어서 열정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보이는 분야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교 졸업 후에 목표로 했던 첫 직업은 방송국 pd였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직업이기도 했다. 화려하고 주목을 받는 데다 재미있고 연봉도 세고 안정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임신을 해서 포기를 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수의 인원 중 내가 뽑힐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나는 실력이 충분하지 않았고, 실력이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운 나쁘게 떨어질 수도 있었다. 시험이 돌아오기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았다. 또 내가 완전히 마음을 접은 것은 내가 아니더라도 대체자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했던 이런 생각들이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열정을 따르지 마라' 부분에 자세히 나온다. 


진로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도움을 받았던 것은 세 가지 요소였다.


1.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가?

2.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3. 이 일이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



1.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는 케이블 방송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6개월 동안 일했다. 밤낮없이 일을 해도 재미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조직문화였다. 일을 잘한다고 방송국 내에서도 소문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급여를 제 때 챙겨 받지 못했다. 군대 문화와 같은 분위기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두 번째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혼자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재미와 성취감은 지금까지 영상 편집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영상을 제작하고 받은 상이나 상금 등의 성과는 추가적인 보상이었다.


2.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는 내가 방송국 시험을 단념하거나 케이블 방송국을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첫째, 해당 단체가 효율적이어야 하고 둘째, 누군가 나를 대체했을 때보다 내가 기여도가 높아야 했다. 둘 다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다. 


3.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꾸준히 일을 하긴 했지만, 당시 나에게 사명감은 없었다. 일을 하고 싶은 욕심,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급급했다.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는 사회생활 초년병인 경우 즉각적인 영향력이 아닌 역량, 인맥, 자격 등의 경력 자본을 갖추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당시에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하는 데 연연하지 않으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를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미래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더 공부하며 준비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20대로 돌아가 조언할 기회가 있다면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다. <열정의 배신>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열정에 집중하지 말고,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쌓는데 집중하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 싶다. (당시에 빡독이나 씽큐베이션에 참여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결국은 무엇이 아니고 어떻게다. 무슨 일인지 찾을 것이 아니고 무슨 일이든 어떻게 잘 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랑과 직업탐색이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는 찾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직업에서 열정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보자. 열정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씽큐베이션 #냉정한이타주의자 #씽큐베이션3기 #러브팩츄얼리 #열정의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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