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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Dec 31. 2019

(학위도 유학 경험도 없었던)
3無 과학자의 변신

따라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2015년 10월의 어느 날, 중국의 연구원인 투유유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자신이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말라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억제제인 "아르테미시닌"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을 많이 죽여왔고, 모기가 이 전염병을 매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일 전염성 질환으로 노벨상을 세 번이나 받게 만든 질병으로는 말라리아가 유일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왔음에도 중국 시골의 알려지지 않은 여성 과학자가 그것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출신으로는 처음이자 총 219명 중 여성으로서는 12번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이 노벨상을 다른 이유로 주목했다. 투유유가 여러 차례 원사(과학계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 선정에서 낙선했고, 박사학위도 외국 유학 경험도 없어 ‘3無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중국 학계에서 별 볼 일 없던 그녀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노벨상을 수여받다니!? 


<평균의 종말>의 저자 토드 로즈는 6장에서 이정표 없는 길을 걷는 사람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투유유가 등장하기 전에 중국 사람들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원사 선정, 박사 학위와 외국 유학 경험'이 있어야 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한 '정상적인' 표준 경로는 'sky 대학 졸업-대기업 취업'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학계에도 정상적인 경로가 정해져 있다. 초, 중, 고등 과정, 대학 과정, 대학원 과정,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생 과정을 거쳐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학과장의 순서다. 정상적인 성공 경로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의 전개를 이런 평균 중심적 기준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평균의 종말>, p.184


우리는 어떤 목표를 이루고 이루기 위해 표준 경로가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이가 걷는 데도, 말하는 데도 혹은 직업을 구하거나 결혼을 하는 데도 항상 따라가야 할 "정상적인" 시간과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믿음은 너무 뿌리가 깊어서 이 표준 경로에서 일탈을 하게 되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표준 경로를 이탈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경로로 성공한 인물들을 너무 많이 안다. 그들은 투유유처럼 혜성처럼 등장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경로를 발전시킨다. 다른 예를 찾아보자. 



어떤 대학 학위도 없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천문학자, 제니 맥코믹은 15세 때 학교를 중퇴하고 마구간 청소일로 돈을 벌었다. 과학에는 문외한이었고 공부 여건도 마땅치 않았던 그녀가 천문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우연히 망원경으로 바라본 은하수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별에 대한 제니 맥코믹은 폐기 물품과 녹슨 부품을 모아 직접 돔형의 천문대를 만들었다. 5년 후에는 집 마당에 '팜코브 천문대'를 완공시키고 1781년 발견한 천왕성 이후 아마추어로서 최초로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


이런 사례를 들으면 우리는 그들의 끈기와 동기에 찬사를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워낙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고 이례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내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성공의 확실한 공식을 찾을 때는 오히려 8세 때 교향곡을 작곡한 모차르트나 6세 때무터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던 타이거 우즈처럼 "재능"을 타고났다는 사람들의 경로를 따른다. 이런 전통적인 대가들은 경로가 단순해서 상대적으로 따라 하기 쉬워 보인다. 그래서 많은 부모나 교육자들은 이렇게 표준 공식을 따르는 것이 개개인의 우수성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비결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재능을 탓하며 그들을 따라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완벽히 따라 할 수는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에게는 재능이 있고, 나에게는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모두가 타고난 '개개 인성'이 다르고 자라온 '상황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우상이 학교 성적이 형편없거나 대학을 중퇴했다고 내가 그렇게 한다고 똑같은 성공을 경험할 수 없지 않은가? 해결 방법은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법은 순서가 반대로 되었다. 토드 로즈의 다음 책, <다크호스>에서는 경로를 이탈하여 각자의 경로를 발전시킨 대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들이 우수성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충족감을 얻게 됐다는 점이 아니다.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다크호스>, 토드 로즈 


결국 답은 '개개인성'에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교수는 자신의 저서 <노벨상으로의 시간여행>에서 과거로 돌아가 노벨 수상자들에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본다. 물론 상상이지만 각각 다른 대답이 재미있다. 프랜시스 크릭은 공동 작업을 하라고 권하고, 마리 퀴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투유유는 환자들이 완치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하고,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충족감을 얻는 대상은 모두가 다르다.


결국 우리가 귀가 따갑게 듣는 조언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것은 나의 개개인성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맥락에 따라 성장경로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결국 표준 경로란 없다. 누군가를 따라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씽큐베이션 #1주1서평 #실력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평균의종말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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