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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Jan 03. 2020

돈을 쓰면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방법

나의 소비습관을 점검해 보자.

불미스러운 일로 프로그램이 폐지하긴 했지만 한 때 <김생민의 영수증>이란 프로그램이 아주 '핫'할 때가 있었다. 짠돌이로 많은 돈을 모은 김생민 씨가 시청자들의 영수증을 분석하면서 조언을 해주는 컨셉이었는데, 지금도 찾아보면 재미있는 어록이 많다. "생수란 집에서 준비해 가는 것이다" "소화가 안 될 때는 소화제보다 점프를!" "음악은 1분 미리 듣기로 듣는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김생민의 입담뿐 아니라 '돈을 쓰는 방법'은 모두가 관심 있고 고민하고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돈은 어떻게 써야 할까? 돈을 아껴 쓰면 해결되는 걸까?


"돈은 안 쓰는 것이다" (출처: 김생민의 영수증, KBS2)


프로그램이 재미있었지만 무조건 아끼라는 메시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맞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돈을 안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쓰는 사람에 가깝다. 누구냐 안 그렇겠냐만 나는 돈에 구애받는 것이 싫다. 마트에서는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산다. 쿠폰을 모으는 것은 귀찮아서 못하고 인내심이 없어서 못 기다린다.


그런데 이런 나의 소비습관은 "아끼는 것이 미덕"이라는 주부의 마땅한 역할을 한참 벗어난 것이 아닌가? 특히 나는 매일 커피를 한 잔씩 사서 마셨는데, 알바를 해서 돈을 아껴 쓰던 대학생 시절부터 그랬다. 커피 한잔이 주는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커피는 꼭 마셔야 하는 나의 의식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면서 매일 사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항상 목에 가시처럼 찔렸다. 버스비 아끼려고 걸어 다니는 친정엄마의 눈흘김에 나는 친정 집에 갈 때마다 커피를 몰래 숨겨서 들어갔다. 그런 나에게 구세주 같은 책이 한 권 나타났다. 나는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내가 라테를 마시는 또 어떻게 알고?)


나는 라테를 사는 데 돈을 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아니다.
나는 라테를 사는 데 돈을 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아니다. 나는 외식과 여행에 많은 돈을 쓰지만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비싼 물건에 돈을 쓰지 마!" 같은 단순한 태도보다 더 세련된 접근법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p. 197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는 단순히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쓰라고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착한 책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 지출, 좋아하는 일에 아낌없이 돈을 쓰되 좋아하지 않는 일에 쓰는 돈은 가차 없이 줄이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거부하고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돈을 무턱대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곳에 쓰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의식적인 지출에 한쪽 발을 걸치고 있었다. 커피는 마시지만 자동차는 33만 키로가 넘은 오래된 차를 타고 다녀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1년 더 타려고 했는데 결국 고장 나서 한 달 전 폐차했다..) 화장품이나 명품도 사지 않는다. 자꾸 구멍이 나는 아들들 옷도 꿰매어서 입었다. 내가 쓰는 돈은 정해져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 것에는 돈을 쓰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고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남들이 봤을 때 과소비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의식적 지출일 수 있다.


찢어진 바지는 결국 금방 다시 찢어진다. 이제 옷은 그냥 사기로 ㅋㅋ


문제는 그것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돈을 썼을 뿐이다. 의도했다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지출 내역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좀 더 계획적으로 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주택담보대출을 계약 조건에 맞춰서 수동적으로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금을 더 내서 더 빨리 갚는 방법을 고민해보았을 것이다. 신용카드를 만들 때 신중하게 선택하고, (카드가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된다면 해지하되) 기본적인 카드는 최대한 오래 카드를 유지하는 것이 나의 신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카드 빚이 없고 제 때 결제할 수 있는 경우) 카드 이용한도를 늘리면 신용 활용률이 낮춰진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p.  110-111


책을 읽으면서 '의식적 지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불필요한 옷을 사는 데는 돈을 더 줄이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데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다. 너무 적어서 무시하던 혜택들을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한 가지 변화는 스타벅스 앱을 활용해서 쿠폰을 적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내가 보내 준 안 쓰던 쿠폰 하나로 지인이 다이어리를 받았다) 한달 고정비를 점검하고 불필요하던 지출을 (아이들이 안 읽던 책 배달 서비스, 우리집 식습관 개선으로 우유 배달, 잘 안 쓰던 공기청정기) 제거했더니 매달 13만원을 아끼게 되었다.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는 스스로 만든 절약의 감옥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10년 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사랑받던 스테디셀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이 책의 조언을 듣고 부자가 된 수많은 증인들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작은 단계들과 규칙,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한지 이 책이 주는 조언을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부자가되는법을가르쳐드립니다 #재테크 #저축 #절약 #소비 #의식적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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