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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Feb 17. 2020

주식을 주는데 왜
아마존은 이직률이 높을까?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는 방법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이 기업, 아마존의 성장 동력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서점에서 아마존으로 대충 검색을 해도 바로 20권이 넘는 책이 나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언론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이 알고 싶어 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대체 아마존의 비법은 뭘까?' 나도 그중의 한 명으로 아마존에 관한 책 세 권을 읽었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아마존의 성장 비법은 사실 비밀이 아니다. 베조스는 1997년부터 매년 주주들에게 '연간 서한'을 보내는데 그 편지 속에 그 비결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책 <베조스 레터>는 지금까지 베조스가 21년 동안 보낸 연간 서한을 분석해서 아마존의 성장 사이클과 14가지 성장원칙을 정리한 책이다. <아마존 웨이>는 <베조스 레터>보다 2년 전 출간되었지만 핵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들이 있다. 데이 원, 고객 우선, 고객 집착, 장기적 사고, 성공적인 실패, 의사결정 속도, 높은 기준, 단순화, 측정 가능, 자동화, 성과 중심, 주인의식 고취 등... 


아마존을 찬양(?) 하는 책들을 보다 보니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정말 이 책들의 내용이 맞는 걸까? 겉으로 보는 모습과 속에서 보는 내용이 같을까? 나는 실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12년간 근무한 한국인 박정준 님이 쓴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찾아서 읽었다. 베조스 레터는 대부분 사실이지만 딱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출처: <베조스 레터>, p.193)


2002년 베조스는 연간 서한에서 직원들의 '주인 의식'을 세입자와 주인에 비유했다. 어떤 물건이든 주인이라면 우리는 그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고, 이런 태도는 세입자의 사고방식과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단순히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실제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주식(RSU: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을 준다. (실제로 직원들은 약속받은 주식이 기본 연봉보다 더 많은 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제공하는 것이 정말로 직원들이 투자자처럼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방법일까? 내가 의아한 것은 그 주인들이 자꾸 일터를 떠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근속 연수가 짧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아마존 평균 근속 연수는 1년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는 아마존에서..>의 박정준 님의 근속 연수 12년은 상위 2퍼센트에 드는 장기 사원이라고 한다. 박정준 님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 사원들은 실제로 언제든지 떠날 마음을 가지고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동료들끼리 묻는 질문, '아마존에서 얼마 더 일할 것 같아?'에 대한 대답이 '몰라. 일단 4년은 채워야지.'가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4년은 입사 때 약속받은 아마존 주식을 100퍼센트 다 받는 시점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아마존의 성공은 1997년 베조스 레터에서처럼 "동기 부여된 직원들이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마존의 성공은 사람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미국 회사에서는 특정 정보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측정하는 표현으로 버스 지수 혹은 로또 지수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팀원이 버스나 트럭에 치여 못 나오게 되는 경우 혹은 로또에 당첨되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이 지수가 높다는 것은 특정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 버스 지수를 낮추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 개발 팀이라면 팀원 모두가 알고리즘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지게 하여 특정 사원에게 의지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덕분에 일은 투명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직원들은 전문성 뒤에서 숨어서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직원들이 꾀부릴 시간이 없는 좋은 예가 물류 센터(fulfillment Center)다. 물류센터는 물건을 찾는 피커와 배송 박스에 제품을 담는 패커로 구분된다. 누군가가 주문을 하면 아마존은 몇 초 안에 제품을 배송할 가장 가까운 센터를 찾고, 그 센터에서 주문된 제품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피커를 계산한다. 주문 사실과 제품의 위치는 피커에게 전달된다. 이때, 피커와 제품 사이의 거리에 따른 "목표 소요 시간"도 함께 측정이 된다. 이 목표 시간을 맞추었는지가 자동으로 기록이 남기 때문에 피커들은 쉴 틈 없이 제품을 찾아다녀야 한다. 물류센터가 워낙 크다 보니 직원 한 명이 하루에 25km를 걷기도 하고, 제대로 된 냉방을 기대하지도 못한다.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어서 페트병에 볼 일을 보기도 하고, 15분가량의 점심시간 외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가혹한 업무 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아마존의 해결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최대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로봇 회사 키바를 인수한 뒤 실용화한 아마존...


아마존의 이런 해결 방법은 비인간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철저히 자신들이 지향하는 핵심 원칙 "고객 우선" "고객 집착"에 따른 것이다. 자동화에 관한 책 <Rise of the Robots>에서 미래학자 마틴 포드 Martin Ford도 아마존이 이런 자동화 없이는 고객이 제공하는 비용으로 미국 전역에 2일 안에 배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로또 지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도록 쥐어 짜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능력 중심의 평가, 투명하게 보이는 업무 상황, A급 인재들로 둘러싸여 상향 평준화된 업무량과 성과들 때문이다. 아마존은 철저히 그들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아마존에 대한 책을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든다. 능력 없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가차 없는 현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 우리 회사가 아마존의 '아마봇'(아마존과 로봇의 합성어)처럼 과도한 업무 속에 로봇같이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아마존과 직원들처럼 철저히 '기부 앤 테이크 관계'가 되지 않도록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도 고민해 보게 된다. 아마존도 처음부터 이런 관계로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처음에는 사명감과 의지로 똘똘 뭉친 초창기 멤버로 시작했을 것이다. 문제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각의 직원들이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여겨질 때다. (최근 만났던 구글 직원도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확실한 것은 물질적 보상(주식)을 준다고 주인 의식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직원들이 정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게 하려면 즐거움, 의미, 성장의 가치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그럼 내가 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큰 그림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 지 설명하는 것(의미),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고 정확한 피드백(성장)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을 이끌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이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이해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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