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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Mar 17. 2020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우리가 자주 하는 착각 두 가지

다음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종합사고관리계획서에 나와 있는 말이다.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극히 낮았던 그 가능성은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다음날, 높이 14미터의 쓰나미가 후쿠시마를 덮치며 실화되었다. 지진을 감지한 원자로는 자동적으로 셧다운 되었지만,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 원자로 3기는 녹아버렸고, 이때 바닷물과 반응해 발생한 수소가 폭발하며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뉴욕의 911 테러사건도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도..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던 이런 엄청나게 충격적인 예외 사건이나 현상은 종종 발생한다.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나심 탈레브는 "희귀 사건은 갈수록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런 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실제보다 훨씬 과소평가하는 인간의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운이 작용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마치 두 개의 다른 세상이 있는 듯했다. 하나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이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실제 세상이라고 착각하는 결정론적인 세상이다. -나심 탈레브


위에서 나심 탈레브가 언급한 '두 개의 다른 세상'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판단하고 살아가는지 잘 알려준다. 사고 발생 확률이 희박하다고 평가한 후쿠시마 원전 종합사고관리계획서 작성자들의 판단은 맞지만,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았다고 일어날 확률이 확률이 '0'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동일하게 생각했고 혹시 모를 발생 가능성에 대해 대처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고 가능성을 무시하는 "착각"은 우리 모두가 한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려하며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원전 폭발처럼 일어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신천지의 슈퍼 전파자의 경우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한 번 일어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일들에는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 놓거나 미리 조심해야 한다.


부정적인 일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긍정적인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어날 확률이 낮지만 가치가 높은 일들, 실제로 영향을 미칠 경우 그 보상에 대해서는 잘 따져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투표를 하거나 환경을 위한 행동이 필요할 때, 우리는 나 혼자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착각"하곤 한다. 투표해봤자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안 해도 상관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런 경우 성공 가능성성공의 가치를 "모두" 따져 봐야 한다고 말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보상이 막대한 일을 우선시해야 할 때 (참고: 냉정한 이타주의자, p.124)


<괴짜경제학>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 교수는 한 사람의 투표에 따른 기대치를 극도로 낮게 평가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던진 한 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자기기만에 빠지지 말자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훨씬 생상적이라고. 하지만 윌리엄 맥어스킬은 그가 평가절하한 투표행위의 실제 기대가치를 계산해내며 반론한다. 한 사람의 투표 행위에 대한 기대가치는 0.0016센트 정도로 이렇게 본다면 투표는 시간 낭비가 맞지만, 나의 투표로 더 나은 정당이 집권했을 때 창출되는 '총 혜택'을 고려한다면 이 금액은 5200달러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가설에 근거해서 나온 것이지만, 맥어스킬이 말하는 포인트는 이것이다. 아주 적은 성공 가능성이 가지고 오는 성공의 가치를 우습게 보지 말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면 변화가 일어날 것이지만 => 나 혼자 힘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논리는 이런 점에서 오류를 낳는다. <냉정한 이타주의>의 저자 맥어스킬은 강조한다. 바로 그 단 한 번이 중요하다고. 내가 어떤 일의 결정권자가 되는 확률은 낮지만 당사자가 되기만 하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슈퍼마켓에서 내가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1인분의 닭고기가 반입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결국 핵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운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가능성이 극히 적은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가능성의 가치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기억하자. 가능성은 적다는 말은 일어날 확률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생각해 놓아야 한다. 


희귀사건의 확률은 계산해낼 수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이다.
인간은 사건이 어떻게 발생하는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건의 결과를 분명히 그려낼 수는 있다.
예컨대 지진의 발생확률은 알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지진이 일어날 경우
어떤 결과가 생겨나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의 알 수 없는 확률을 계산하는 것 보다는
알아낼 수 있는 그 결과에 집중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불확실성에 대한 중심적인 개념이다.
 - <블랙스완>, 나심탈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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