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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Mar 24. 2020

탈출구가 막혀있을 때

누군가는 방법을 찾아낸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기업은 업무 형태를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학교는 개학을 한 달 이상 미루었다. 사람들이 외출하지 못하고 자영업자들은 유동인구가 줄자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다. 학원과 교회 등 모든 실내 모임은 중단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전염병이 모든 생활의 모습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궁금한 것은 코로나 이후의 모습이다. 당장 우리 가족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출석하던 교회를 한 달 동안 가지 않았다. 상황이 진정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다시 교회에 가겠지만, 일요일에 교회에 가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누군가는 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코로나 이후 종교 활동이 10% 이상 위축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치가 어찌 되었든 그 말에도 동의한다. 코로나는 우리를 코로나 이전으로 그대로 돌려놓지 않을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취월장> 혁신 편에 소개된 2014년 런던 지하철 파업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다음은 <왜 지하철 파업이 런던 사람들을 도왔는가>라는 제목의 이코노미스트 기사다.



이 기사에서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자들의 논문을 소개하고 있다.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파업이 불러오는 부정적인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런던 지하철 파업이 오히려 장기적인 이점을 가지고 왔다고 설명한다. 연구는 20일 간 오전 7~10시 사이에 지하철을 이용한 약 18,000명의 런던 사람들의 교통카드 데이터 (약 2억 개 이상)를 수집하여 진행했는데, 그 결과 런던 사람들의 통근 패턴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연구자들이 통근 패턴이 바뀐 사실을 "장기적 이점"이라고 결론지은 이유는 1931년 Herry Beck이 디자인한 지하철 노선표가 물리적 거리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윔블던 역과 사우스 윔블던 역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음에도 지하철 노선표 상에서 두 역으로 표현되어 있어 지하철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노선마다 지하철 속도가 달라서 실제로 걸리는 시간이 달랐다. "잘못된" 노선으로 통근하던 사람들은 파업 덕분에 더 짧은 출퇴근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통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런던 사람들 10명 중 8명은 새로운 경로를 찾았고, 이 8명 중 약 5%는 파업이 끝나도 새로운 길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시각을 바꿔 색다른 결론을 이끌어냈던 이 연구는 2017년 다음 논문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최적의 경로로 이동하지 않고 있었고, 파업을 통해 새로운 경로를 실험하도록 강요받은 통근자들은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파업은 당연히 나쁜 것, 피해를 가지고 온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에 집중하자 재미있는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콘텐츠의 미래>에서 옐로스톤 공원의 산불 사례가 떠올랐다)


탈출구가 막혀 있으면
자기 소리를 낸다.

-故 앨버트 허쉬만
<일취월장> 4장 혁신 편, p.259


다시 현실의 코로나 사태로 돌아와 보자. 오프라인이 온라인 전환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기존의 비효율적이던 방법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기업들은 재택근무 형태를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할 것이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기업은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로도 회사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문화가 갖춰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는 우리를 코로나 이전으로 그대로 돌려놓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전과 동일한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다시 반복된다. 파업이든 전염병이든 언제라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좌절하고 탄식하거나 누군가를 탓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지각 변동이 이미 일어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여보자. 가는 길이 막혔다고 주저앉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자.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이 상황이 기존의 잘못된 경로를 확인하고 더 나은 길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계 상황에서 혁신은 일어난다. 결국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고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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