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들기 전. 깜빡하고 개켜놓은 빨래를 서랍장에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고개만 삐죽이 내밀고 커다란 눈망울을 위아래로 굴리며 꼼지락거리는 아이가 보인다.
“ 왜, 잠 안 와서 그래? 동화책 읽어 줄까? ”
넌지시 묻는 엄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막만 한 손을 접다 펴다 반복한다.
막 잠이 들려던 아빠가 한족 눈을 찡긋하며 부스스 일어난다. 아이를 번쩍 들어 무릎 위에 앉히고 눈을 빤히 들여다본다.
“ 요 녀석. 눈 보니 쉬 잠들 것 같지 않네. 하하.”
“ 후-훔. 가위, 바위, 보 게임하고 싶구나 ”
이불속에서 쫑긋거리며 아빠 말에 귀 기울이던 아이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두 발을 동동거리고 온 세상 다 가진 듯 환호하며 방방 뛴다. 함박웃음 머금고 아빠에게 짧은 팔로 원을 그려 손을 머리에 얹는다.♡
“ 딱! 삼세 판이다. 알았지? ”
알았다는 듯 아이는 크게 뜬 눈을 꿈뻑꿈뻑. 작은 어깨를 들썩들썩.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 하늘만큼 기분 업↑. 눈과 고개가 함께 움직이는 다섯 살 꼬맹이가 귀여워 아빠는 연신 웃는다.
“ 자, 진정하시고 가위, 바위, 보.”
“ 아빠가 이겼네! ”
아빠의 첫 승에 긴장한 듯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누르고 앙다문 그에게
“ 자, 다시 한번! 가위, 바위, 보 “
” 어? 또 이겼네? 하하 “
겸연쩍은 아빠는 손으로 이마를 쓸어 넘긴다.
”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아! 가위, 바위, 보. “
” 아! 어쩌지. 아빠가 또 이겼네! “
힘이 잔뜩 들어간 조막만 한 아이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이 상황을 쭈-욱 지켜보던 엄마.
” 아이참! 좀 져 주지 그래요. 가뜩이나 잠도 안 자고 게임 하자는 아인데 눈치 없기는. “
“ 무슨! 게임은 게임이지. 정. 정. 당. 당.! 하하하 ”
금방이라도 툭! 그렁그렁 이슬 맺힌 두 눈을 한 손으로 쓰-윽 훔쳐낸다. 잠시 후 아이는 한풀 꺾인 애원조로.
“ 아빠, 한 번만 더 해요. 네? ”
“ 에효, 또 시작이군. 오늘 밤 잠은 다 잤네. 끙.◐◐;; ”
아빠는 못 이기는 척 다시 시작한다.
가볍게 놀아주려고 시작한 놀이. 결국 자정을 넘기고 아빠의 완승으로 마무리.
잠시 후넉다운된 채 한쪽 팔만 허우적거리다 잠이 든 아빠. 옆에서 서럽게 울먹이던 아이는 끝내 잠자는 아빠 팔을 끌어당겨 홀로 가위 바위 보를 이어간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