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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Jun 20. 2023

Northern Territory

04-(5). 호주의 여행

호주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토에 비해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은 매우 작다. 그중 아직은 생소한 NT(Northern Territory, 노던 준주) 주의 Uluru(울루루)가 이번 여행의 목적지이다. 울루루는 지구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호주의 자연 관광명소 중 하나이다. 울루루는 현지 가이드가 있어야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패키지여행으로 갔다. 그리고 호주에서 처음으로 혼자 가는 여행이었다.(항상 룸메이트 친구와 여행을 다녔는데 이번에는 혼자가게 되었다.)




Ayers Rock(에어즈락, Uluru) 공항에 도착 후 가이드가 준 랩(Wrap)과 함께 차에 탔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큰 배낭만 가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출발 직전 한국인 언니가 합류해서 반갑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첫 장소는 Aborigine(애보리진, 호주 원주민) 문화 센터에서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원주민 문화를 배웠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눈으로 열심히 담았다. 그리고 울루루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산책을 했다. 울루루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로 불리며, 2/3만큼 도는데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중간중간 바위의 웅장함에 멈춰 사진도 찍고, 처음 보는 동식물들과 특이한 모양의 바위도 구경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조금 길었던 산책이 끝낸 후 에어즈락 전체가 잘 보이는 장소로 이동했다. 간단한 샴페인과 과자를 먹고,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조금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저녁은 다 같이 만들어 먹는 부리또였다. 저녁을 다 먹고, 하나 둘 침낭과 담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침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퍼스에서 본 하늘보다 더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애보리진 문화센터 들어가는 길


다음날 새벽 5시 전에 눈을 뜨니 하늘에 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둘째 날은 새벽 일찍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울루루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어 움직였다. 태양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한층 더 붉은 울루루가 되었다. 그 후 카타 추타 (Kata Tjuta)의 바람의 계곡 (Valley of the Winds) 트레킹을 시작했다. 돌산이라 오르는 길이 험하고 위험했지만 트레킹 내내 눈이 황홀해서 재밌게 오를 수 있었다. 시간은 총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원래 등산에는 취미가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조금 흥미가 생겼다. 그 후 새로운 캠핑장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어제 있었던 곳과는 달리 여러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든 건 작은 카페와 펍이 있는 것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풀고 각자  쉬는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바비큐 파티를 했는데 처음으로 캥거루 고기를 먹어봤다. 캥거루 고기는 호주에 오기 전, 호주 하면 생각나는 이색 음식 중 하나였다. 캥거루는 냄새가 조금 났고 질겨서 편한 곳에서 먹었으면 별로였을 기억으로 남았겠지만 캠핑장에서 땀 빼고 배고픈 상태로 사람들이랑 신기해하면서 먹으니깐 재밌는 맛으로 기억에 남았다. 사실 맛보다는 그 상황이 좋았던 거 같다. 앞으로 캥거루 고기에 대해 생각하거나 듣게 된다면 그 상황들이 추억으로 같이 떠오를 것 같다.


울루루 일출
카타 추타 국립공원 바람의 계곡
바람에 계곡의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노력한 결과 = 거친 숨소리ㅎ


셋째 날 역시 새벽 6시 20분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이번 트레킹 장소는 Kings Canyon(킹스 캐년)이었다. 초입길이 돌계단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계속되는 오르막 계단 때문에 숨이 턱 막혀 어느새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져있었다. 심장이 터질 거같이 힘들고 숨 막혀서 초입에서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다들 앞에서 응원해 주고 니콜(가이드)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평지라는 말에 힘을 냈다. 정말 조금 더 오르니 평지에 도달했다. 거기서 킹스 캐년이 생기게 된 설명을 듣는데 고등학교 때 배운 세계지리와 지구과학이 떠오르면서 '조금 더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더 이해가 잘 됐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호주에서 경험한 많은 자연환경 중 킹스 캐년이 가장 경의롭게 느껴졌다. 심지어 날씨도 좋고 파리도 없어서 제일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트레킹이었지만 가장 웅장했고,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 캠핑장 안 카페에 피아노가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크리스가 11살에 피아노를 배웠다며 잠깐 연주했다. 연주를 듣고 낙타도 구경하고 강아지랑 놀다가 마지막 장소로 이동했다. 마지막 장소는 캠핑장이 아닌 개인 사유지에서 자는 거라 샤워 시설도 없고 화장실도 야외였다...ㅎㅎ 마지막 날 저녁에는 캠프파이어도 하기로 해서 이동 중 차에서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비몽사몽 한 상태로 땔감도 구하러 갔었다. 마지막 부시 캠프(bush camp) 장소를 향해 가다가 근처 휴게소 같은 쉼터에서 잠깐 쉬기도 했다. 쉼터에서 친구들이랑 시원한 맥주 마시면서 우노(카드게임)를 했다. 마지막 취침장소인 사유지에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소똥들이 있어 조금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개인 사유지가 소 목장이었다. 침낭을 펼칠 공간에 있던 소 똥들을 삽으로 치우고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를 했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불멍을 때리다 잠에 들었다. 처음에는 자려고 누웠는데 소 울음소리가 들려서 조금 무서우면서 웃겼다. 이 상황이 어이없어서 웃긴 것도 있었다. 옆자리에 친구랑 소가 자는데 이쪽으로 와서 밟고 가면 어떡하냐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다.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 >-<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매 끼니를 서툴지만 다 같이 준비해서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정한 야외취침을 했다. 텐트는 물론이고 지붕하나 없이 침낭 하나로 밖에서 자는 진정한 야외취침이었다. 침낭에 얼굴만 내놓고 하늘의 별을 지붕 삼아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고요하면서 여러 소리들이 들렸다. 벌레들이 울음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불편한 잠자리에 부스럭거리는 침낭소리를 들으면서 잠에 들었다. 이번 여행은 벌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쉬울 정도로 너무 좋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초췌한 몰골로 선크림이랑 모자만 가지고 트레킹 하면서 웅장한 풍경에 압도되고, 매 끼니 다 같이 요리해서 밥 먹고, 쉬는 시간에 모여서 카드게임도 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하면서 자기 전까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든 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어 행복했다.

 소 목장 부시 캠프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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