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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Jun 10. 2023

Western Australia

04-(4). 호주의 여행

나는 동호주에 살고 있다. 대부분 호주의 주요 도시는 동쪽에 있다. 시드니, 브리즈번, 멜버른, 캔버라 등 모두 동호주다. 이번 여행은 내가 생활했던 호주의 반대편, 서호주 여행이다. 서호주(WA, Western Australia)는 호주에서 가장 넓은 주로, 주요 도시는 퍼스다. 같은 호주라도 퍼스와 시드니는 비행기로 약 5시간이나 걸린다. 거의 한국에서 베트남을 가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좀 더 알찬 여행계획을 세웠다.


사실 퍼스에는 한국에서부터 같이 호주에 온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퍼스에서 워홀 생활을 시작했고 나는 시드니에서 시작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생각에 조금 더 설렌 출발이었다.


공항에서 나오자 친구가 마중을 나와줬다. 귀엽게 작성한 환영 문구와 함께 퍼스에서의 첫째 날이 시작되었다.




첫째 날은 퍼스에 사는 친구가 1일 가이드를 해주었다. Fremantle(프리맨틀)을 시작으로 퍼스 시티까지 알차게 준비해서 동네 곳곳을 가이드해줬다. 프리맨틀에서 주말에 열리는 마켓에 갔는데 시드니와는 다른 분위기가 여행의 느낌을 한층 높여주었다. 그리고 근처 바닷가에 갔다. 신혼여행 휴양지 느낌의 해수욕장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친구는 퍼스 중심 곳곳을 차로 이동하면서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해줬다. 무지개 색의 컨테이너(Rainbow sea container) 조형물 앞에서 사진도 찍고 Swan river에서 산책도 하고, 오징어 먹물로 면을 만든 파스타도 먹었다.



둘째 날에는  호주에서 유명한 동물 중 하나인 쿼카를 보기 위해 프리맨틀에서 배를 차고 Rottnest Island(로트네스트 섬)으로 갔다. 쿼카는 보호 동물 중 하나로 로트네스트 섬에만 서식한다. 배에서 내리면 야생 쿼카들이 사람들 사이사이에 자리 잡아 밥을 먹고 있었다. 쿼카는 캥거루 과 동물이라 배에 아기 주머니가 있는데 우연히 엄마 주머니 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밥을 먹는 아기 쿼카를 봤다ㅎㅎ 그리고 로트네스트 섬 투어는 자전거와 버스가 있는데 버스는 30분에 1대씩 지나가기 때문에 시간을 잘 봐야 했다. 우리는 낭만을 즐기며 자전거를 탈까 생각했지만 후기를 보면 낭만보다는 운동 지옥이란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글이 많아서 버스를 선택했다. 티켓은 안내데스크에 가면 구매할 수 있다. 버스에서 중간에 내려 바다를 즐길 수 있는데, 바다마다 전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에 계획을 세우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쿼카 :)


셋째 날부터는 2박 3일 동안 퍼스의 북쪽으로 road trip을 떠났다. 소규모 패키지 투어를 신청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신청 인원이 우리뿐이라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우리끼리만 투어를 진행했다. 우리의 첫째 날은 인도양과 강이 만나는 Moore River를 산책하고, Lancelin에서 샌드보드(Sand board)를 탔다. Lancelin은 작은 사막의 모습이었는데 고운 모래들이 언덕처럼 여기저기 있었다. 샌드보드는 너무 재밌었지만 바람이 적은 날을 추천한다ㅎㅎ 우리는 바람이 역대로 많이 부는 날 가서 고운 모래들이 온몸 구석구석에 들어가서 다음날 코를 풀었는데 모래가 여전히 남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이드님도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분 적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Kabarri(숙소가 있는 마을)에 가기 전 pink lake(핑크 호수)를 보러 갔다. 말 그대로 핑크색 호수였다. 호수가 바다처럼 염도가 높아서 소금기를 좋아하는 미생물이 붉은색을 띠어 핑크호수가 되었다. 판타지 만화에 나오는 신비한 힘을 주는 호수에 온 것 같았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책이나 영상이 아닌 직접 하니깐 상상력이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아직 모든 게 신기한 첫째 날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돌아갔다. 저녁에는 간단하게 바비큐 파티를 하고 산책을 할 겸, 밖에 나갔다. 호주의 시골은 밤이 되면 조용하고 깜깜한 동굴 속에 온 것만 같았다. 숙소 앞에서도 별이 수 없이 빛나는 걸 볼 수 있지만 차를 타고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명당으로 갔다. 언덕 위에서 다 같이 은하수를 보는데 그 순간은 말로 표현 못 할 웅장함에 한동안 조용히 하늘만 바라보았다. 


Pink lake(핑크호수)


호주의 자연경관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둘째 날에는 그중 하나인 Nature's Window(네이쳐스 윈도우)를 보러 갔다. 하부 퇴적층이 풍화작용으로 침식되어 자연 아치 모습을 하게 된, 자연의 창문이었다. 여기서 찍은 모든 사진들은 그림처럼 빈틈없이 칼같이 아름다웠다. 다시 한번 자연을 느끼고, 마을로 돌아와 스노클링 장비를 가지고 kalbarri beach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차에서 내려 맨 발로 모래사장을 밟는 순간 1초도 못 버티고 쓰러졌다. 호주의 뜨거운 햇빛을 우습게 본 죄였다.ㅋㅋㅋ 열심히 놀다가 점점 허기가 질 때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오니 저녁 바비큐와 시원한 맥주가 마지막 밤을 완벽하게 맞이해 주었다. 마지막 밤도 역시 어제와 다른 명당에서 별을 감상했다. 어제는 달이 져서 별이 더 잘 보였는데 오늘은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이날 달이 뜨고 지는걸 처음 알았다. 낮에도 항상 달이 떠 있어서 달은 계속 떠 있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실을 여행 중 직접 경험으로 알게 돼서 신기했다. 


Nature's Window(네이쳐스 윈도우)


로드 트립 마지막 날에는 Natural bridge를 보러 갔다가 절벽 쪽에서 야생 왈라비(wallaby, 작은 캥거루)를 봤다. 경사진 절벽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 후 돌아가는 길에 Jurien Bay(줄리안 베이)와 Pinnacles(피나클스)를 갔다. 만화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랑 철수네 가족들이 pinnacles를 갔던 장면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여기를 실제로 와 보니 신기했다. 왜인지 이집트 고대 유적지 같은 신비한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퍼스 로드트립은 마무리되었다.

차에서 찍은 Pinnacles(피나클스)




서호주의 마지막 날은 친구가 일했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claise brook에서 산책을 하다가 공항으로 갔다. 호주가 대륙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나라여서 그런지 서호주와 동호주는 뭔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서호주 여행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고 특별한 이유는 처음 경험한 것들이 많아서 인 것 같다. 간접경험으로 미리 알고 있던 것들도 실제로 접하게 되면 내가 받아들이는 감정과 생각들이 너무 거대해 정리가 안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자연은 웅장하고 인간은 그런 자연에 비해 한 없이 작고 힘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도시에 사는 나한테 그저 수학의 공식처럼 알고는 있지만 감응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번 여행이 이 말을 깊이 새겨줬다. 


저녁 노을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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