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호주의 여행
호주의 빅토리아 주(Victoria)는 본토에서 가장 작은 주지만, 호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 빅토리아 주의 메인 도시인 멜버른(Melbourne)은 시드니와 같이 유명한 관광지로 해외에서도 인기와 관심이 많다. 내가 아는 멜버른은 젊음의 도시, 바리스타들의 도시, 하루에 사계절이 다 들어 있는 최악의 날씨의 이미지가 강한 도시이다. 비염과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겐 살기 최악의 도시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힙한 분위기는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내 마지막 호주 여행은 멜버른으로 선택했다.
호주 여행을 다니면서 집 위치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아침 7시 출발 비행기라 시드니 공항에 적어도 새벽 6시 20분쯤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집에서 시드니 공항까지 트레인(Train)을 타고 10분도 안 걸려서 여행을 다니기에 엄청 편안했다.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공항버스를 타고 시티로 나갔다. 먼저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체크인 날짜를 전날로 예약해서(3박 4일을 4박 5일로 예약) 하루 숙박비를 그냥 버린 게 되었다..ㅠ 그래도 이미 지나간 일 훌훌 털고 숙소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숙소가 차이나타운 안에 있어서 맛있어 보이는 중식당들이 많이 있었다. 호주는 중국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맛있는 중국음식이 많다. 멜버른에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멜버른 카페가기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멜버른 커피와 브런치를 먹으러 나왔다. 처음 먹은 멜버른 커피는 상상보다는 별로여서 조금 실망했다. 나중에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거기 카페가 별로라는 식으로 알려줘서 다음날에 다른 카페도 다녀왔었다. 시티 구경을 하는데 대체로 시드니랑 비슷한 분위기였다. 인생 첫 네일아트를 했다. 오지 네일샵은 디자인들이 별로 없어서 한인 네일샵에 가서 받았다. 처음으로 네일샵에서 한 네일이라 돈을 많이 썼지만 기분이 좋았다. 항상 주방에서 일하니깐 네일 할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손이 습진으로 금방 망가졌었다. 그동안 수고했던 손을 호강시켜 주기 위한 네일아트는 만족도 200%였다. 기분전환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거리로 알려진 호저 레인(Hosier Lane)을 구경했다. 멜버른의 힙한 분위기 중 하나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래피티(Graffiti)들이 골목 벽 가득 감싸고 있었다. 첫째 날은 이렇게 시티투어를 하면서 마무리했다.
둘째 날 아침 일찍 멜버른에 살았던 언니가 추천해 준 Lune 빵집 갔다. Lune는 멜버른에서 크루아상이 유명한 가게로 빵집 투어 리스트 중 하나였다. 거의 오픈런 수준으로 일찍 갔는데도 줄이 길어서 놀랐다. 기다리면서 투명한 창으로 보이는 크루아상들과 페이스트리(pastry) 빵들을 보면서 뭐를 살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고민하다 내 순서가 되었다. 가장 최애인 아몬드 크루아상을 포함해 3가지 빵을 고르고 나오면서 혼자 하는 여행은 다양하게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워졌다. 그래도 빵봉지를 들고 기분 좋게 커피를 사러 카페에 갔다. 어제 실망한 카페를 만회해 줄 dukescoffee라는 카페를 추천받아 갔다. 따뜻한 라떼 한 모금과 크루아상을 먹으면서 퍼핑빌리(puffing billy)로 향했다. 시티에서 트램과 트레인을 타고 혼자서도 퍼핑빌리에 갈 수 있었다. 퍼핑 빌리는 단데농 산맥(Dandenong Ranges)을 달리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증기기관차이다. 증기기관차를 타기 위해서는 미리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다. 금방 매진되기 때문에 나도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다. 퍼핑빌리의 특징은 밖에 다리를 내놓고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출발할 때 다들 창밖에 걸터앉아 허공에 다리를 흔들며 출발했다. 나중에는 엉덩이가 아파서 다시 의자에 앉아서 갔다.ㅎ 기차를 타고 숲 속 깊이 들어가는데 밖에 사람들이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숲 속에 사는 노부부분들도 마당에서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데 기분이 몽글몽글 따듯해졌다. 원하는 목적지에 내려 주변 숲 속 산책도 하고 카페에서 휴식도 취했다. 정류장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관사 아저씨랑 이야기하다가 혼자 여행온거면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하셔서 야무지게 사진까지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엔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코로나 기간이라 한국에서 친구가 오는 건 기대 안 했는데 막상 호주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같이 슈돌(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윌리엄 벤틀리가 갔던 기차 햄버거집을 갔다. 실제 기차를 식당으로 개조해서 독특한 컨셉이 인상적이었다. 2차로는 펍에서 칵테일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일이면 멜버른을 떠난다는 사실이 아쉬워서인지 셋째 날 아침도 역시 일찍 눈이 떠졌다. 그래서 오늘은 멜버른 마켓 투어를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저녁 전까지 열리는 South Melbourne Market(사우스 멜버른 마켓)에 갔다.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유명한데 각종 농산물과 육류를 포함해 다양한 식재료와 세계 각국의 음식들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시드니랑 퍼스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마켓이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카놀리(cannoli)라는 시칠리아(이탈리아의 자치주) 디저트를 사 먹었다. 처음 보는 이름의 음식이라 바로 구매해서 먹었다. 가게 사장님이 친절하게 디저트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감사인사를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저녁에 어제 만났던 친구와 만나서 Queen Victoria Night Market(퀸 빅토리아 나잇 마켓) 갔다. 야시장 느낌의 마켓으로 낮에 간 사우스 멜버른 마켓보다는 작았지만 역시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즐비해 있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은 옷이나 장신구, 공예품 등을 팔고 있었고 오른쪽은 음식을 팔고 있었다. 친구랑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낯익은 사람이 인사하면서 반가워하길래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낮에 만난 시칠리아 디저트 가게 사장님이었다. 또 만나서 서로 신기해했다. 들어보니 낮에는 사우스 멜버른 마켓에서 오픈하고 저녁에는 퀸 빅토리아 나잇 마켓에서 장사한다고 했다. 이런 인연도 다시 만나면 신기하고 반갑구나 생각을 했다.
마지막 날에는 쇼핑을 했다. 쇼핑을 하러 가기 전 골목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멜버른 시티를 구경했다. 멜버른의 유명한 35번 트램과 사진도 찍고 공원에서 산책 중인 강아지들과 인사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큰 쇼핑몰 중 하나인 QV와 멜버른 센트럴(Melbourne Central)에서 쇼핑도 하고 성처럼 큰 H&M을 구경하면서 멜버른 여행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