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기본적으로 확률게임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경우의 수를 따지고 더 유리한 확률에 반복해서 베팅하는 게임이다. 애널리스트는 해당 게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확률을 기반으로 주가와 기업의 향방을 예측한다.
예측하기에 오차가 생긴다. 해외 벤처캐피털 중에서도 검토했으나 투자하지 않은 유니콘에 대해서 내용을 복기하는 글을 적는 것을 봤다. 같은 맥락으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들이 24년 자신의 실수를 적은 보고서를 읽어보니,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을 얻었고 나 자신 또한 2024년 실수를 복기할 수 있었다.
링크: 신영증권
[시장분석]
사이클이 없는 자산은 없다는 사실을. 많이 오른 자산은 가라앉고 소외된 자산은 오른다는 평균회귀는 역사 속에서 줄곧 관철 돼왔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증시는 훌륭하지만 비싸 보이고, 한국증시는 걱정이 많지만 싼 종목들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동의하는 바다. 저출산, 경제성장률 둔화, 장기침체의 문턱 등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많다. 암울해 보이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 있으며, 이 어두운 상황에서도 미래의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이 있을 것이다. 또한 견조한 미국의 성장이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진 우리나라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개인적으로 25년에는 우리나라 주식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도 실력과 정보 접근의 한계로 우리나라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자동차/부품/타이어]
현대차가 이처럼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했음에도 하반기에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트럼프 2기 관세 위협에 따른 수출 및 손익 불확실성과 더불어 테슬라, 비야디 등 신생 업체들의 부상 위협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주주 친화 확대 정책이 분명히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게임 체인저인 자율주행, Software Defined Vehicle 분야 경쟁력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에 시장은 이를 구조적 리레이팅 요인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PBR 0.55배, 견조한 실적, 밸류업 프로그램, 대기업 중 중국의 물량공세로 어려운 석유화학 대기업, AI의 흐름을 놓쳤다고 평가받는 삼성을 제외하고 현재 현대차가 괜찮은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현대차의 향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ESG/글로벌 유동성]
부채 비중이 높은 청정에너지 산업의 특성상 높은 이자율로 인해 차입 비용이 증가하고 미래 현금 흐름의 가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도 청정에너지 산업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 '2050 탄소 중립' 달성... '2030 그린딜'을 추진하는 EU... 한편에서는 이미 청정에너지 관련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미국도 국제적 역학 구조로 인해 청정에너지 산업을 계속 외면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줄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지금도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는 환경오염은 분명 인류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기에 청정에너지는 장기적으로 투자가 필요하다. 더불어 AI 혁명이 막대한 전력 소모를 가져올 것이므로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상장주식 투자만큼이나 우리나라 산업 전환 관점에서 청정에너지에 힘쓰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올해 실수를 되돌아보면,
1) AI혁명에 대해 무지했다.
AI혁명은 2010년대 경험한 모바일 혁명보다 우리의 삶을 더 바꾸어놓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컴퓨터 공학적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AI에 대해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해가 가능한 범위의 투자를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거두는 성장의 폭은 AI와 관련된 기업의 성장의 폭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이다. AI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관련된 책과 아티클을 읽어보고, 전문가와 대화를 나눠보고, 허접한 수준이지만 직접 기술을 사용해보려고 한다.
2) 조선업 호황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작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 주식이 조선업 주식이었다. 수준이 높진 않았지만, 우리가 여러 방면으로 검증했을 때 조선업은 적정 가치 대비 하단에 있었다. 중국 대비 아직은 우월한 기술력,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시장 규제, 쌓인 수주 잔고 이 3가지를 보고 좀 더 확신을 갖고 투자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그 생각을 지우기에는 부족한 사실수집에 대한 노력이 만나서 충분히 투자하지 못했다.
3) 아는 종목이 적었다
각 잡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는 종목과 분야가 쉽사리 늘지 못했다. 그래서 아는 분야에 천착했고, 아는 종목이 떨어진 것에 집중했다. 타율이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가짐을 충분히 다졌으니 형식은 나중에 챙기더라도, 일단 열심히 사실수집을 해야 할 때다. 리서치는 평소에, 투자는 상황을 보고 하려면 내가 일단 많이 알아야 한다.
2025년에도 실수하겠지만 같은 실수는 하지 않도록, 좀 더 나아지도록 열심히 부딪혀봐야겠다.
좋은 글 써주신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