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주식투자자, 1년 차 투자심사역의 소회

by 쁘띠선비

연말이 다가왔다. 2020년부터 (상장) 주식투자를 제대로 시작하였으니, 주식투자는 5년 차가 되었다. 올해부터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으로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한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여러 방황 끝에 먹고살 기술 하나로 기업투자를 고르고 일과 일상에서 모두 투자를 다루는 나름의 밀도 있는 올 한 해를 보냈다.


올해를 보내기 전과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물은다면, 분명 달라졌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상장기업 투자와 다른 속성을 갖고 있기에 그 속성과 방식에 대해 지식과 경험으로 배웠다.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지 보장할 수 없지만, 업체 미팅부터 투자 집행, 사후관리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어떤 것인지 70% 정도 알게 되었다).


상장 주식투자는 일상에서 틈틈이 계속 공부했고 실행도 했다. 올해 실적이 좋으냐고 물으면, 목표한 수익률은 아니어도 꽤 편안한 마음으로 괜찮은 실적을 거두었다. 더불어 업무와도 투자라는 공통점이 이어져서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도, 투자심사 절차에 대한 적용이 부수적으로 상장 주식투자에도 도움이 되었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다. 다만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게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배운 것은 많다고 하지만, 회사 업무로서 올해 집행한 투자 건이 많지 않다. 진행하다가 투자 검토가 중단된 건이 많았다. 그것이 딜 발굴, 투자 검토, 회사 협의 등 여러 요소에서 발생했지만 어쨌든 내 실력이 아직 부족했다.


상장 주식투자에서 올해 배운 것들이 있지만, 생각한 만큼 실행하지 못했고, 그것으로 인해 시장한테 제대로 두들겨 맞거나 시장을 이기거나 해보지 못했다. 안정적으로, 어쩌면 입으로만 투자한 것 같다.


상장기업투자와 비상장기업투자 2가지를 겹쳐서 생각해 보니, 내게 2가지 지점이 부족했다. 이 점은 내년에 아니 당장 오늘부터 조금씩 채워나가야 한다.


첫째, 정보 중심의 의사결정이 부족했다. 비상장기업 투자심사를 할 때 회사의 BM, 매출 추정, 성과분석이 부족했다. 실제적인 숫자 안에서 의사결정의 단서를 도출하기보다는 시장성, 상품, 사람을 주로 보고 판단하려고 했다. 숫자만 보는 게 맞진 않지만, 숫자라는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나머지 요소가 아무리 좋아도 내부 설득은 어렵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낮을 것이다.


상장기업을 볼 때도 남들이 정리해 준 정보에 많이 의지했고, 3개년 재무추정과 같은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실 재무추정은 하나의 작업이지만, BM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기에 재무추정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도가 낮았음을 방증한다.


둘째, 아는 산업이 적었다. 버핏의 신봉자로 능력범위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없다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 자체는 옳을지 모르나, 이렇게 생각하고 본래 잘 알던 소비재 위주로 투자를 검토한 것이 올해의 패착이다.


벤처투자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자본투자를 요하는 소비재/플랫폼 비상장기업에 대한 관심은 많이 식었다. 소비재/플랫폼이기에 성공을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에는 기술이 기반이 된 기업 대비 확률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비재/플랫폼 기업을 올해 많이 투자 검토를 하면서 내부에서 많은 반대 논리에 부딪혔고 이를 넘어설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상장기업도,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식품, 화장품을 위주로 보면서 이보다 훨씬 큰 흐름인 AI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기회를 놓쳤다.


능력범위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직구만 노리는 타자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 능력범위는 넓혀가야 할 것 같다.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 재무에 대한 기본기는 어느 정도 되었으니 실제적인 사업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야겠다.


볼 줄 아는 종목과 산업이 많아야 외부환경에 맞추어 투자를 잘 집행할 수 있다. 적어도 24년에는 2개 분야 정도는 정통하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깊게 파보아야겠다. 거기서 상장/비상장 투자기회까지 연계시켜 봐야겠다.


부족한 것만 실컷 이야기하다 보니 현재의 내가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만든 좋은 생각과 가치관이, 불교와 검도로 다져온 평정심이 투자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검증했다. FOMO에 빠지거나, 타인의 의견에 휩쓸리는 경우는 적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생각했고, 훌륭한 경영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내가 좋은 투자자가 되는 것을 보증하지 않지만, 좋은 투자자라면 갖고 있는 자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한다.


올해 연말에 읽은 VIP자산운용의 대표들이 저술한 '한국형 가치투자'가 그런 면에 대해 조명해 주어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하나하나의 투자는 확률 싸움이고, 안 될 확률도 있기 때문에 평정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확률의 투자를 반복해서 여러 번 시행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을 때 너무 좋아서도, 안 좋을 때 너무 안 좋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매년이 그러했듯 내년 투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나서서 좋은 스타트업에 대한 몇 건의 투자, 몇 년을 보유할 상장주식의 발견을 내년에 해보면 좋겠다.


내년 이 맘 때는 어떤 글을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

결국 그 또한 지금부터의 내가 하나씩 만들어 갈 이야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