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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Jun 27. 2020

[리테일] 매뉴얼과 실행력; 무인양품의 핵심

유통산업에 종사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오프라인 스토어는 무인양품이다.


예전에 강남역을 지나며 무심결에 지나쳤던 무인양품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기업이 되었다.


이 글을 통해서 무인양품이 성장해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저력을 두 가지에 나누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금의 무인양품을 이끈 마쓰이 타다미쓰가 쓴 두 책인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와 '기본으로 이기다'가 글의 토대가 되었다.)


무인양품의 성공은 매뉴얼에 있다. 무인양품 매뉴얼은 크게 두 가지이다. 매장의 무지그램과 본사의 업무 기준서이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사소한 부분(무지그램; 옷을 디스플레이하는 법, 업무 기준서; 명함을 모으는 법)까지 다룬다. 사소한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무인양품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적어놓음으로써 어떤 사람이 자리에 오더라도 같은 업무를 해낼 수 있게 업무를 표준화시켰다. 특히 업무에 대한 파악이 덜된 신입사원에게 이는 효과적이다.


물론 거의 모든 일을 매뉴얼로 정리한 무인양품에 대해서 사원의 창의성을 해친다고 비판을 할 수 있다. 그 비판은 다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해소된다. 먼저, 무인양품 매뉴얼은 변화한다. 업데이트가 수시로 이루어진다. 매뉴얼을 집행하는 사원에서부터 고위 직급까지 매뉴얼의 개선이 필요하면 이를 적극 개진하고, 본부에서 정기적으로 매뉴얼을 업데이트한다. 따라서 사원이 매뉴얼을 벗어난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더불어 반복되는 업무파악에 들일 시간을 매뉴얼로 절약하면서, 사원은 좀 더 창의적인 문제(답이 없는 문제)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무인양품의 매뉴얼은 정해진 규칙이라기보다는 각각의 사원이 갖고 있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모여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으로 무인양품은 표준화되어 업무가 진행되며, 직감보다는 합리성에 의지해서 일을 함으로써 반복된 실패의 확률을 줄인다.


보통 시스템이 갖추어진 대기업도 사소한 부분(명함 받는 법, 자체 회계 등)까지 매뉴얼을 갖추지 못한 부분이 많으며, 최신화가 되는 매뉴얼이 부재하여 사람의 지혜가 모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에서 무인양품의 매뉴얼이 시시하는 바가 크다.


무인양품의 두 번째 성공요인은 실행력이다. '기본으로 이기다'에서 마쓰이 타다미쓰는 PDCA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PLAN - DO - CHECK - ACTION의 줄임말로, 계획하면 실행하고 실행의 결과를 측정해서 다시 개선하는 하나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쓰이 타다미쓰는 PDCA의 순환을 여러 번 돌려서 어떤 일을 100% 실행하는 것을 무척 중요시하였다. 한번 시작된 일은 목표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 PDCA의 순환을 돌렸다.


그 결과 마쓰이 타다미쓰는 위에서 언급한 무인양품의 매뉴얼을 만들었고, 이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마쓰이 타다미쓰가 이야기하는 PDCA는 어찌 보면 린 스타트업과도 닮아있다. 대단한 계획과 이론을 갖고 시작하기보다는 먼저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그 실행에서 배워 다시 실행하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쓰이 타다미쓰는 PDCA를 완전하게 하기 위해 일본의 능률 수첩을 적극 활용했는데, 그는 해야 될 일과 확인해야 할 일을 계속 수첩에 적어서 이를 확인했고, 자신이 빠뜨린 것이 없는지 수첩을 통해 확인했다. 그리고 연간으로 모인 수첩을 다시 확인하면서 자신이 세운 큰 목표에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까지 확인했다.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끝없이 PDCA를 실행하며 100%의 실행력을 이끈 덕분에 무인양품은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있었다.


무인양품을 굴러가게 하는 매뉴얼과 그 매뉴얼을 끝까지 실행하는 실행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매우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극도로 우선시해서 지킨 무인양품은 세계적 기업이 되었고, 그 사이 80% 실행에 만족하고 업무를 구전에 의존한 기업은 여럿 도태되었다.


유통산업이 어려운 이 시기에 무인양품의 두 가지 성공요인에 대해 다시금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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