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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Jul 08. 2019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온다.

영화 '그린북'을 보고

※ 영화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영화 포스터 출처는 '다음 영화'(https://movie.daum.net/)입니다.


1960년대 링컨이 흑인 노예해방을 한 지 100년이 넘게 지난 시점, 광활한 영토를 가진 미국에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곳곳에 남아있다. 당시 그나마 노예해방을 먼저 선포한 북부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지만, 남부는 흑인 혼자 다니면 위험할 정도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인종차별 철폐라는 변화의 시작점은 찍혔지만, 변화의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시기에 이야기를 영화는 다룬다. 바로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 돈 쉘리 박사와 클럽 보디가드이자 이탈리아 이민자 토니의 여정이다. 이 여정은 돈 쉘리 박사가 미국 남부를 순회하며 공연하기 위해 시작된다. 북부에서 저명한 피아니스트인 돈 쉘리 박사는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는 남부에 조그마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자 이 투어를 시작한다.


남부 투어 중 돈 쉘리 박사가 겪은 수많은 차별은 당시 미국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는 흑인 전용 숙소와 식당만 가야 했고, 정장을 사고 싶어도 흑인에 팔지 않아서 살 수 없었다. 최고의 피아니스트에게 쓰레기가 담긴 피아노를 준비해주는 공연 스태프와 위선이 담긴 미소를 띠며 흑인은 실내 화장실을 쓰지 못한다고 안내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 모습은 당시 미국 사회가 인종차별에 있어서 변화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공식적으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을 뿐, 흑인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이 모두 남았다. 변화는 더뎠고, 그 변화 안에서 살았던 백인은 흑인에게 동등한 대접을 해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고, 이는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럼에도 인종차별에 인간의 존엄으로 맞선 돈 쉘리 박사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돈 쉘리 박사와 동행한 토니이다. 백인인  토니라는 인물의 인식 변화를 통해서 결국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고 결국 일어날 것임을 그려낸다.


토니는 원래 집안 수리를 위해 방문한 흑인에게 대접한 주스잔을 버릴 정도로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경제적 상황 때문에 돈 쉘리 박사를 돕게 됐지만, 그 또한 그리 마뜩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로드 매니저로 일하며 돈 쉘리 박사가 겪는 불합리한 차별을 목도하며, 그 차별을 자신이 맡은 역할로 인해 해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편견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흑인의 입장에 서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간다. 미국 남부 투어에서 원하는 피아노를 준비하지 않는 공연 스태프와 대립하며, 술집에서 집단 구타를 당한 돈 쉘리 박사를 구출하며, 돈 쉘리 박사가 겪는 인간 존엄에 대한 차별에 마음 아파하며 토니의 인식은 점차 변화한다. 그 변화의 끝에 그는 돈 쉘리 박사를 지지하며, 존경하며, 좋아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에 돈 쉘리 박사가 토니를 찾아오는 장면은 그 변화가 완전히 실현되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토니가 변화하였다고 그 큰 미국 사회가 일시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기존의 상식과 안정이 깨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충돌이 필요하며, 그 과정은 순탄하고 빠르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도, 뒷걸음치는 사람도,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아는 사람이 어려운 걸음을 하나하나 나아갈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사람, 한 가족, 한 집단의 변화가 일어나며 그것이 결국 한 사회의 변화로 이루어진다. 영화 그린북은 그 과정을, 어쩌면 그 과정의 일부를,  잘 보여준 영화이다.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그 끈을 놓지 않는다면 결국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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