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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Jun 23. 2019

[리테일] 쇼루밍 현상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행태를 쇼루밍이라고 부른다. 쇼루밍은 이제 보편화되었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면 핸드폰을 보며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쇼루밍족이다. 백화점에서 확인한 제품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눈 앞의 가격표에 적혀있는 가격보다 20~30% 많게는 50% 정도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내 경우 주로 몇 만 원가량하는 옷을 구매하기 때문에, 배송비는 거의 무료다.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또는 앱에서 몇 번의 클릭 만으로 몇 만 원의 돈을 아꼈다고 생각이 들면, 그 쇼핑은 참으로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바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은 서비스에 대한 부채감이다. 이 부채감은 매장에서 내게 옷을 추천해준 점원, 그리고 옷을 입어보느라 사용했던 피팅룸에 대해서 내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생긴다.


그래도 쇼루밍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부채감을 느끼더라도, 싸게 살 수 있는 선택지를 포기하고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최소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거두고 싶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소매업이 대체적으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역신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결국 쇼루밍이 대세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명백히 온라인으로 통한 구매가 증가할 것이 예상이 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두 가지 방향이 존재할 것이다.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을 매출을 창출하는 곳으로 보지 않고, 말 그대로 쇼룸으로 삼는 것이다.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옷을 입어보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옴니채널 전략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드는 매장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며 기존의 인력감축도 필수적이다.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여전히 돈 버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보다 필연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 차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할 수 있는 요소 중에 고객이 온라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고객 맞춤 서비스이다. 즉 제품을 추천하거나 고객에게 맞추어 큐레이션 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고객의 특성, 취향에 맞추어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주고 이 제품이 고객의 특수한 상황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설명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기존 점원이 무엇이든 판매를 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상품을 진심으로 또 체계적으로 추천해야 한다.


물론, 고객 맞춤 서비스 중 상품 추천 서비스는 AI의 부상으로 점차 온라인에서도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AI의 상품 추천 서비스가 고도화될지는 모르지만, 얼마간은 오프라인의 고객 맞춤 서비스가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라인이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참고: 미국의 스티치 픽스 http://news.joins.com/article/21838074)


둘째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은 누군가와 함께 상품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근황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어떤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는 없다. 혼자서 클릭하고, 혼자서 따져보고,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쇼핑을 혼자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경우도 많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매개로 타인과 교감하는 것은 오프라인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이며, 오프라인의 차별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은 좀 더 고객이 상품을 매개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동선을 조금 넓게 잡고, 곳곳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며 앉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쇼루밍은 부정할 수 없는 대세이다. 점차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 매출로 이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출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재정의되어서, 새로운 역할을 맡을 것이다. 몇몇 매장은 쇼룸의 형태로 남을 것이고, 다른 매장은 온라인과 경쟁할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어느 쪽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변하든, 결국 시대에 맞게, 새로운 소비자에 맞게 변화해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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