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를 읽고
최근 서점에 갔다가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집에 오는 길에 1/3 정도를 읽고 하루 이틀 사이에 나머지도 다 읽었다.
지은이는 시마다 슌페이라는 일본 사람으로 지방 재생사업을 하는 기업 '사토유메'의 창업자이다.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마다가 사토유메를 창업한 계기', '사토유메의 대표사업 - 고스게촌 호텔', '사토유메의 목표와 미래'이다.
'시마다가 사토유메를 창업한 계기'
시마다는 자연과 시골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삼림보존에 대한 관심으로 삼림 관련학과에서 공부를 했고, '환경보전과 마을조성'을 컨설팅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컨설팅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시나노정 치유의 숲' 사업에 참여하면서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자신이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시나노정에서 사업을 진행했고 이를 성공시킨 것이다. 계획을 작성하는 것에 그친 자신을 반성하고 사토유메를 창업해서 지방재생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p33. 사랑하는 풍경이나 삶은 자신이 애써 지켜내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생활을 지탱하기 위한 산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사토유메는 '고향의 꿈을 현실로'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고 도농 간 상호작용을 창출하는 쌍방향 사업을 목표로 한다. 도시가 농촌을 일방적으로 지원한다기보다는 농촌은 자연환경에서 난 목재, 흙, 물, 식재료를 도시에 공급하고 도시사람이 찾아왔을 때 온전한 자연환경과 전통적 삶의 양식을 보여준다. 도시는 이에 돈을 지불한다. 사토유메가 초창기일 때 큰 홍보가 없었음에도 지방에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다. 식재료 브랜딩, 마을 브랜딩과 같은 것이다. 이를 통해 시마다는 각 지방이 소멸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고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시마다는 지방재생을 동반 달리기에 비유하며 1) 지역의 강점을 살린 상품 개발 2) 고객 유치 3) 고용 창출 및 사업화 4) 새로운 사람의 이주의 단계로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
'사토유메의 대표사업 - 고스게촌 호텔'
그 와중에 고스게촌의 의뢰를 받는다. 도쿄에서 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스게촌은 원시림과 야생동물이 잘 보존된 지역이었다. 고스게촌은 개장을 앞둔 휴게소 운영방안에 대해 시마다의 조언을 구한다. 사업을 해보지 않은 고스게촌 사람들이 꾸려온 휴게소는 명확한 컨셉과 운영방안 없이 건물만 지어진 상태였다. 시마다의 사토유메를 이를 도와 고스게촌의 특성을 살리면서 도시의 젊은이가 방문할만한 휴게소로 개장한다. 이것이 성공하자 고스게촌에서는 중앙 정부에서 요청한 지방재생 종합전략 수립을 요청한다.
시다마는 어떻게 고스게촌에 사람을 정착시킬지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분수촌민 제도이다. 바로 이 지역으로 이주해 오는 사람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삶의 1/10, 1/5, 1/3... 을 고스게촌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종국에는 1/1로 고스게촌에 정착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 지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나도 본래 지방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사람을 지방으로 내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지고 모든 기업이 집적된 도시를 떠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수촌민처럼 먼저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 그 지역에 분기마다 오는 사람, 지역에 주말마다 오는 사람, 지역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으로 그 범위를 늘려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도이촌이라는 현재의 현상이 어쩌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분수촌민을 늘리기 위해서 DMO 미나모토를 설립하고 다양한 정책을 실시한다. 이전에 성공한 휴게소, 그리고 각종 자원으로 관광객이 늘어난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점에 봉착한다. 관광객이 머물 숙소가 없어서 관광수입이 한정적이고 관광객이 고스게촌을 느낄 시간이 한정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마다는 숙박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고스게촌의 모습을 담아내야 하기에 고심하던 중 고민가(폐가라고 하는게 맞을까?)를 호텔로 하는 모델을 발견한다. 그리고 고민가를 호텔로 만드는 사업을 하는 NOTE와 협업하여 고스게촌의 고민가를 호텔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도시에서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했기에 객실가동률을 35~40%로 산정했을 때 수익을 내려면 숙박비가 1박에 3만엔은 되어야 했다. 1박에 3만엔(한화로 약 30만원)은 큰돈이기에 이를 지불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다. 기존 고급호텔의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좋은 어메니티, 침구, 실내복, 실내용품을 갖추고 숙박만큼 가장 중요한 축인 음식은 제철 음식을 활용한 코스 요리를 개발한다. 더불어 기존의 고민가 호텔과 차별점을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로 정하고 마을의 길이 호텔 복도로, 마을 상점이 특산물 판매점으로, 이전에 오픈한 고스게 휴게소를 라운지로, 고스게 온천을 하나의 호텔 서비스로 묶어냈다.
고스게촌 호텔은 치열한 준비 끝에 오픈했고 매스컴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현재 성업 중에 있다.
일본 여행을 몇 번 가보았지만 주로 대도시를 가보았다. 고스게촌 호텔은 언젠가 일본을 방문할 때 꼭 방문해 보아야겠다.
'사토유메의 목표와 미래'
사토유메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유명세를 얻게 되었고 프로젝트도 다수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부 정비를 하게 된다. 몇 번 프로젝트를 해보니 보통 사업 진행과 지방재생 사업 진행방식이 달랐다. 보통 사업 진행은 계획이 세워지고 자금을 모으고 사람을 모아 진행했다. 하지만 지방재생이 필요한 곳은 사람이 부족해서 번번이 구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사토유메는 '사람이 출발점이다'라는 방침으로 향후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먼저 사람을 모으고, 자금을 모은 뒤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 지방재생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맞추어 스스로를 'local business incubator'로 정의하고 사람을 출발점으로 지역에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을 기업 사명으로 삼았다.
이후 사토유메는 JR히가시니혼과 협업하여 선로변 호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외 다수 지방재생 사업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 참고: https://satoyume.com/)
일본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지방소멸에 대한 기사가 매스컴에 끊이지 않는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재생에 대한 니즈는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모두 갖고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사업도 앞으로 본격화될 것이다. 정부 차원을 떠나서도 국토 효율화, 지방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일반 시민도 관심을 가져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토유메와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 지방의 관광자원을 활성화시키고 지방재생에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이미지의 출처는 사토유메 공식 사이트(https://satoyume.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