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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펫로스 증후군은 '질병'이 아니다.

펫로스 증후군을 정신질환으로 보는 것이 맞는가?

안녕하세요, 펫로스 상담가 조지훈입니다. 반려동물 사별 이후에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칼럼들을 지속적으로 연재해오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수 있는 내용인 '펫로스 증후군을 과연 정신질환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라는 주제에 대해서 오늘 다뤄보고자 합니다.



펫로스 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 사별 이후에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증상들의 집합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별 양상에 따라서 증상들은 천차만별이지만, 우울감과 죄책감은 펫로스 증후군에서 대표적으로 겪게 되는 정서적인 어려움입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수면을 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하고, 무기력감이나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되거나 혹은 과민한 상태에 놓이게 되어 몸과 마음이 항상 긴장상태에 있는듯한 느낌, 반려동물을 사별하던 당시의 상황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힘든 경험을 하게 수도 있습니다. 호흡곤란이나 심장의 두근거림,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등으로 대표되는 공황장애와 유사한 증상이나 소화불량, 두통, 복통 등의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시는 분들도 때로는 있습니다. 




때로는 우울증과 PTSD와 닮아있기도 하다


펫로스 증후군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들은 일반적인 사별에서 흔히,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증상들이지요. 일반적인 사별반응으로써의 증상들은 개인적인 노력이나 주변의 도움을 통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경감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며, 몇개월 내로 증상들의 대부분이 상당 부분 호전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흔히 PTSD라고 불리는 정신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기 때문에 어떤 증상들이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름 전에 반려동물을 사별했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대부분 울적한 기분으로 지냈으며, 무기력감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잠에 드는 것이 어려워 한 두시간 정도 뒤척여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고, 자책감과 죄책감이 수시로 떠오르거나, 식욕도 없어 대부분의 끼니를 거르게 되었고, 기억력도 현저히 저하되어 방금 가족들과 이야기했던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해본다면, 이 분이 겪고 계신 증상은 더이상 펫로스 증후군으로만 볼 수 없을 겁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주요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져야 하며,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아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떤 정신질환의 진단기준을 충족시키는지의 여부는 매우 중요하며, 아래에는 펫로스 이후에 가장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두가지 진단에 대한 기준을 적어놓았으니 참고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요우울삽화의 진단기준


A. 다음 증상 가운데 5개(또는 그 이상) 증상이 연속 2주 기간 동안 지속되며, 이러한 상태가 이전 기능으로부터의 변화를 나타내는 경우; 위의 증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1) 우울 기분이거나, (2)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어야 한다.
주의: 명백한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나 기분과 조화되지 않는 망상이나 환각으로 인한 증상이 포함되지 않는다.
(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주관적인 보고(슬프거나 공허하다고 느낀다)나 객관적인 관찰(울 것처럼 보인다)에서 드러난다.
주의: 소아와 청소년의 경우는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 모든 또는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을 경우(주관적인 설명이나 타인에 의한 관찰에서 드
러난다).
(3) 체중 조절을하고 있지 않은 상태(예: 1개월 동안 체중 5% 이상의 변화)에서 의미있는 체중 감소나 체중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 감소나 증가가 있을 때
주의: 소아의 경우 체중 증가가 기대치에 미달되는 경우 주의할 것.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 수면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주관적인 좌불안석 또는 처진 느낌이 타인에 의해서도 관찰 가능하다)
(6) 거의 매일 피로나 활력 상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낌(망상적일 수도 있는)(단순히 병이 있다는 데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아님).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주관적인 호소나 관찰에서)
(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특정한 계획없이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 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 계획
B. 증상이 혼재성 삽화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C.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해를 일으킨다.
D. 증상이 물질(예: 약물 남용, 투약)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예: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E. 증상이 사별에 의해 잘 설명되지 않는다. 즉,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후에 증상이 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현저한 기능 장해, 무가치감에 대한 병적 집착, 자살 생각, 정신증적 증상이나 정신성 운동 지체가 특징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만 이 장애의 진단이 내려진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진단기준

A. 외상성 사건을 경험했던 개인에게 다음 2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난다:
(1) 개인이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 또는 신체적 안녕에 위협을 가져다주는 사건(들)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거나 직면하였을 때
(2) 개인의 반응에 극심한 공포, 무력감, 고통이 동반될 때
주의: 소아에서는 이런 반응 대신 지리멸렬하거나 초조한 행동을 보인다.
B. 외상성 사건을 다음과 같은 방식 가운데 1가지(또는 그 이상)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재경험할 때:
(1) 사건에 대한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떠오르는 고통스런 회상(영상이나 생각, 지각을 포함)
주의: 소아에서는 사고의 주제나 특징이 표현되는 반복적 놀이를 한다.
(2) 사건에 대한 반복적이고 괴로운 꿈
주의: 소아에서는 내용이 인지되지 않는 무서운 꿈
(3) 마치 외상성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 같은 행동이나 느낌(사건을 다시 경험하는 듯한 지각, 착각, 환각, 해리적인 환각 재현의 삽화들, 이런 경험은 잠에서 깨어날 때 혹은 중독 상태에서의 경험을 포함한다).
주의: 소아에서는 외상의 특유한 재연(놀이를 통한 재경험)이 일어난다.
(4) 외상적 사건과 유사하거나 상징적인 내적 또는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심각한 심리적 고통
(5) 외상적 사건과 유사하거나 상징적인 내적 또는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의 생리적 재반응
C. 외상과 연괸되는 자극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려 하거나, 일반적인 반응의 마비(전에는 없었던)가 다음 중 3가지 이상일 때:
(1) 외상과 관련되는 생각, 느낌, 대화를 피한다.
(2) 외상이 회상되는 행동, 장소, 사람들을 피한다.
(3) 외상의 중요한 부분을 회상할 수 없다.
(4) 중요한 활동에 흥미나 참여가 매우 저하되어 있다.
(5) 정서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예: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6) 미래가 단축된 느낌(예: 직업, 결혼, 자녀, 정상적 삶을 기대하지 않는다)
D. 증가된 각성 반응의 증상(외상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이 2가지 이상 있을 때:
(1) 잠들기 어려움 또는 잠을 계속 자기 어려움
(2) 자극에 과민한 상태 또는 분노의 폭발
(3) 집중의 어려움
(4) 지나친 경계
(5) 악화된 놀람 반응
E. 장해(진단기준 B, C, D)의 기간이 1개월 이상이다.
F. 증상이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사회적, 직업적,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장해를 초래한다.
세분할 것:
급성: 증상 기간이 3개월 이하
만성: 증상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연성: 스트레스 발생 후 적어도 6개월 이후 증상이 나타난다.







사별과 관련된 정신장애: 지속성 복합 애도장애


우울증이나 PTSD보다 펫로스 증후군과 가장 높게 관련될 수 있는 정신질환 중 하나는 사별과 관련된 정신적 문제인 '지속성 복합애도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진단은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의 죽음'이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반려동물은 개인에게 있어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는 대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사별한 보호자는 지속성 복합애도장애의 증상들을 경험하게 될 수 있지요. 아래에는 그 진단 기준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지속성 복합 애도장애(Persistent Complex Bereavement Disorder)의 진단기준


A. 개인은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다.

B. 죽음 이후 다음 증상 중 적어도 한 개 이상을 임상적으로 현저한 수준에서 경험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고, 죽음 이후 성인의 경우 적어도 증상이 12개월 이상, 아동은 6개월 이상 지속된다.

1. 죽은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갈망/그리움, 어린아동의 경우 그리움이 놀이와 행동에 표현될 수 있는데, 이는 보호자 또는 기타 애착대상으로부터 분리되거나 이들과 재회하는 것을 반영하는 행동들이 포함될 수 있음.

2. 죽음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강렬한 슬픔과 정서적 고통

3. 죽은 사람에 대한 집착

4. 죽음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집착, 아동의 경우 죽은 사람에 대한 집착이 놀이와 행동의 주제로 표현될 수 있고, 자신과 가까운 다른 사람의 가상적인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확대될 수 있음.

C. 죽음 이후 다음 증상 중 적어도 6개 이상을 임상적으로 현저한 수준에서 경험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고, 증상이 성인의 경우 죽음 이후 12개월 이상, 아동은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죽음에 대한 반응적 고통

1.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현저한 어려움, 아동의 경우 죽음의 의미와 영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아동의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음.
2. 죽음에 대해 믿지 않거나 정서적 마비를 경험함.
3. 죽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추억하지 못함.
4. 죽음과 관련된 비통함 또는 분노
5. 죽은 사람 또는 죽음과 관련하여 자신에 대한 부적응적 평가(예, 자기비난)
6.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들에 대한 과도한 회피(죽은 사람과 관련된 사람, 장소 또는 상황에 대한 회피, 아동의 경우 죽은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의 회피로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정체성 붕괴

7. 죽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죽고자 하는 소망
8. 죽음 이후 타인을 신뢰하는데서의 어려움
9. 죽음 이후 혼자라고 느끼거나 타인들로부터 분리된다고 느낌.
10. 죽은 사람 없이는 인생이 무의미하거나 공허하다고 느낌. 또는 죽은 사람없이 자신이 적응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는 믿음.
11. 인생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혼란, 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감소된 느낌(예, 자신의 일부가 죽은 사람과 함께 죽어버렸다고 느낌)
12. 죽음 이후 흥미를 추구하거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거나 꺼려짐(예, 교우관계, 일상활동)

D. 장애가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E. 애도반응이 문화적, 종교적 또는 연령에 따른 기대수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과도하다.

다음의 경우 명시할 것:

외상성 사별의 경우: 살인 또는 자살로 인한 사별로, 죽음의 외상성 성질에 대한 지속적인 고통스러운 집착을 동반한다(흔히,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들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함). 이러한 외상성 특성에는 죽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 고통과 상해의 정도, 또는 죽음의 악의성이나 의도성이 포함될 수 있다.





정리해보면, 펫로스 증후군을 어떤 확실한 정신질환으로 볼 수는 없으며, 반려동물 사별 이후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들은 어쩌면 당연히 겪어야 할 사별반응을 겪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비반려인들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반려동물 사별 이후에 경험하시는 증상들이 위의 진단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고 있다면, 그때는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임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기준만을 놓고 봤을 때, 때로는 증상이 많지 않음에도 자신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많은 증상들이 충족되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정신질환 같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일반 보호자가 자신이 진단이 내려질 만큼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정확하게 인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진단기준은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주시기를 바라며, 직무, 일상생활, 대인관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고 문제를 정확히 하고 도움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임상심리 전문가 조  지  훈

서울 펫로스 전문심리상담센터 '안녕' 원장

카카오 페이지 '어서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저자

서울대학교병원 본원 임상심리전문가 과정 수련

한국임상심리학회 전문회원/ 슈퍼바이저

Pet Bereavement Counselor diploma 수료

미국 Beck Institute 'CBT for depression & suicide' 현지 연수

네이버 동물공감 '펫로스 상담소' 자문위원




참고문헌

APA (1995)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4판, 하나의학사

APA (2015)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5판, 학지사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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