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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 꼭 치료가 필요할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펫로스 증후군

안녕하세요, 마음을 치유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아론아빠입니다.


 가족처럼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의 죽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우 고통스러운 감정적 경험입니다. 다만, 사별의 종류에 따라, 혹은 보호자가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생활양식에 따라, 장기간 고통스러운 경험이 지속되는 펫로스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일정한 애도 기간을 마친 뒤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어떤 펫로스(Pet loss: 반려동물 사별)가 특히 더 큰 심리적 고통을 줄 수 있으며, 따라서 펫로스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성 사별


- 급성 질환, 교통사고 등 반려동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들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죠. 저도 10년 전 갑작스러운 발작증상을 보이며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한동안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아픔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반려동물의 죽음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 이별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사별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 크고 충격적인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갑작스러운 죽음이 심각한 사고나 타인의 학대, 심각한 질병 등 반려동물에게 큰 신체적 고통을 주는 사건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보호자의 심리적 고통이 더욱 클 수 있고, 마치 PTSD와 같은 증상들을 보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상성(traumatic) 사별은 일반적인 애도의 방식으로 치유되기 힘들 수 있으며,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의 사별


- 반려동물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에 보호자를 기다려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반려동물의 죽음은 보호자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별은 온가족이 함께 반려동물을 보내주는 경우보다 상심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보호자가 출장, 여행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 특히 반려동물의 죽음을 직접 마주하지 못한 채 장례까지 모두 진행이 된다면, 펫로스 증후군으로 이어지게 될 소지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죽음의 현실(reality)을 수용하는 것을 '먼 거리에서의 죽음'이 방해하기 때문일 수 있으며, 결국은 정상적인 애도의 과정을 방해하는 요소이고, 펫로스 증후군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3. 다수의 반려동물이 사망함


- 저처럼 한마리의 동물을 키우는 분들도 많지만 여러 동물들을 함께 가족으로 맞이하는 분들도 많이 있지요. 다수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보호자들은 상실의 경험 또한 한번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가 비슷한 반려동물이 여러마리 있거나 반려동물이 서로 같은 해에  태어난 형제인 경우,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과 이별을 해야 하지요. 한번의 애도를 마치는 것도 쉽지 않은 경험인데, 다중상실을 애도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별은 혼자서 애도의 작업을  완성하기 매우 힘들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4. 막을 수 있었던 사별


- 반려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이므로 때로는 아플 때도 있고, 노령이 되어가면서 질환의 종류도 많아질 수 있지요. 보호자들의 노력으로 건강하게 지내다가 조용히 평온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반려동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과도하게 품종개량된 반려동물들의 경우, 대부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유전적 결함들로 인해 질병에 취약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때때로, 반려동물의 죽음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일어난,  즉,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을 수 있지요. 이러한 경우, 보호자가 경험하는 죄책감이나 후회, 자기혐오 등의 감정은 일반적인 사별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정도에 비해 더욱 심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서 반추(rumination)하며 더 깊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애매모호한  사별


-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는 일들은 반려동물 가족과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충격적이고 끔찍한 경험입니다. 보호소들이 많아지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반려동물이 다시 돌아와 행복한 삶을 지속하는 보호자들도 많아 졌지만, 그렇지 못한 보호자들도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미 예상되는 수명을 초과한 시간이 흘러버린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목격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일반적인 수명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반려동물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6. 유일한 가족구성원이었던 반려동물의 사별


- 라이프 스타일, 직장, 학업, 고령화 등 다양한 이유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반려동물은 많은 의지가 될 수 있으며, 사랑과 안정감을 주는 존재일 것이며, 어쩌면 1인 가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고, 어쩌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시켜 새로운 가구양식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1인 가구 내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상당한 스트레스 사건이 될 수 있으나, 위로와 지지의 자원이 될 수 있는 가족구성원 모두를 상실하게 된 것이므로 보호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인 가구 내에서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며, 보호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주고 있다면, 전문가를 찾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사별들은 일반적인 사별경험과는 다르지만, 반려인들이라면 매우 빈번하게 경험할 수 있는 사별경험일 것입니다. 이는 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되는, 혹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가 나중에 보호자를 괴롭힐 수 있는 정신적 고통, 즉 펫로스 증후군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별 경험들을 겪더라도 충분히 애도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과 가족이나 친구들의 따뜻한 지지를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과 주변의 지지로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조 지 훈 

서울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 원장

카카오 페이지 '어서오세요, 펫로스 상담실 입니다' 저자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미국 BECK INSTITUTE 'CBT for Depression & Suicide' 해외 연수

Pet Bereavement Counselor Diploma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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