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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완돌 키우는 T Apr 23. 2021

수정에 대한 단상.

돌을 생각합니다.

수정의 물성이 좋습니다.

삶이 자신을 온통 뒤흔들어도 담담히 반짝이는 점이 좋습니다. 산에도 염기에도 변하지 않으며, 세월을 견뎌낸 만큼 충분히 단단한 점이.

 연마하면 빛나는 수정 나석이 되고, 부딪혀 마모되면 둥글어진 수정 자갈이 되고, 두들겨 깨면 산산조각이 나 깨진 수정이 될지언정 그 본질은 변함없는 수정이라는 점. 고온에서 녹으면 유리가 되겠지만, 본질적으로 변함없이 SiO2라는 점이 좋습니다.


부러졌다 붙은 자욱이 선명한 한 쌍의 셀프힐드 쿼츠. 고통과 치유의 기억을 간직한 이 한 쌍의 돌 조각을 발견한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참 좋습니다.


그리고 수정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흩어진 별의 잔해와 같은 것입니다. 형상은 물질을 스쳐 지나가고, 우리는 같은 재질입니다. 같은 곳에서 와서 같은 곳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일부이자 전체입니다.

밤하늘에 까마득한 별들과, 펼쳐진 허공에서 단 한 개의 푸른 픽셀인 지구와, 그것마저 아득할 만큼 가장 먼 허공을 떠올립니다. 그곳은 텅 비어있지만, 에너지로 가득해 따사롭습니다.

잘 자요. 평화로운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저의 외출 메이트. 중국산 무빙버블쿼츠 2점과 탐석하여 발견한 셀프힐드쿼츠 1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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