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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완돌 키우는 T May 06. 2021

자탐석의 가성비

- 돌을 생각합니다 -

광물을 수집하면서 '자탐석'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요, 자연 속에서 직접 발견한 돌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돌과 눈이 마주친 운명의 순간.


사실 하나의 돌과 첫 만남을 하는 상황은 다양합니다. 요즘은 실물보다는 인터넷 화면을 통해서 안면을 트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것도 같습니다. 또는 상점에서 딱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운명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상품성'을 기준으로 다양한 진열품 중에 내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맞는 완벽한 돌을 고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만나는 돌은 다릅니다  '상품성'이 있는 돌은 흔하지 않지요. 또, 내 취향의 돌을 발견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발견한 것만 발견할 수 있고, 주운 것만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의 인연과도 같습니다. 어릴 적 우리는 '이상형'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정작 사랑에 빠진 것은 내 눈앞에 나타나 준 사람입니다. 운명을 느끼는 순간, 그전에 가지고 있던 모든 기준은 허물어지고 눈앞의 내 사람이 새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이내 정이 들어 내 사람, 내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듯이 여기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재화의 가치를 금전으로 측정하는 일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금전적 가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겠습니다만, 그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손쉽고 비교적 저렴하게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가까운 샵을 방문하여 히말라야 산맥에서 나온 수정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그 시간과 비용으로 히말라야 산맥에 직접 방문해서 그 정도의 수정 하나를 찾아가지고 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상정할 필요도 없고, 예상되는 소모비용을 지불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형성된 가격에 동의하고 지불할 능력이 있다면 그 금액을 지불하면 그만입니다.

자 이제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그것보다는 탐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덜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폐석 더미서 발견한 돌은 대부분 가격이 형성되거나 상점에 입점이 되기 어렵고 입점되어 있다고 해도 구입할 사람이 적을 것입니다.

게다가 갈 때마다 늘어나는 도구와 장비들, 톨비 기름값은 물론이고 시골길 운행 중 처박혀서 발생하는 자동차 수리비와 산길 탐방 중 자빠져서 발생하는 부상과 찢어먹은 옷값 등등을 생각하면 (절레절레)

역시 좋은 돌을 갖는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방법은 돈을 주고 구입하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정동을 여러 번 발견했고 상품성을 기준으로 했을 때 꽤 괜찮은 돌을 몇 개 얻기도 했습니다만, 냉정하게 말해서 만약에 그 돌들이 가게에 진열되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제가 돈을 주고 구입할 돌은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가성비를 떠나서 취향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내가 찾은 내 돌이니까 소중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취향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자탐석이란 것은 그렇습니다.

귀 석은 처음 뵙는 분이신데, 뉘신지요?


이와 같이 우리가 탐석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금전이나 가성비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입니다. 젖은 모래 속에서 살아있는 돌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지형에 쓰인 돌의 장고한 역사를 직관적으로 '보고 아는' 순간. 축축하고 진득한 진흙에서 돌을 꺼내어 돌과 내가 세상 빛 아래 나란히 존재하는 순간을 통하여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지나간 일이나 앞으로의 일에 대한 생각, 이루지 못한 무엇과 바라는 것, 그런 것들은 일순간 모두 사라집니다. 저명한 천문학자인 고 칼 세이건 선생의 유명한 말처럼 '우리는 우주의 흩어진 잔해와 같'습니다. 흙먼지만큼이나 찬란하게 살아 숨 쉽니다.


사실 저는  다음의 장면들을 더 좋아합니다. 흙속의 보물을 꺼내어 와 정돈하고, 그것을 가지면 기뻐할 나의 벗들, 내가 얼굴을 아는 이들과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이들에게 나눠주어 흩어버리는 것입니다. 주는 즐거움과 받는 이의 기쁨을 공유한 다음에는 후련하게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위는 사물을 배치하며, 그 배치는 필연적으로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릅니다. 한편으로, 사람이 돌을 지층으로부터 꺼내어 밝은 인간세상에 들여온 것은 마치 돌의 운명을 바꾼 것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는 어떤가요? 결국 지표면상의 아주 미세한 이동에 불과니다. 그것은 찬란하지만 아무것도 아닙니다. 돌은 돌일 뿐이고, 마음만이 우리의 몸을 따라 일렁입니다. 그 모든 것은 과정이고, 관점에 따라 인위적인 동시에 그 또한 순리입니다.

순간은 지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흐름 속에, 우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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