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간 강아지

반려동물과 짝궁되어 함께보는 전시 '반짝'-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by 펫시민



저, 오늘 강아지랑 전시 보고올게요

뭐라구요? 미술관을, 강아지와 함께 간다구요? 먼지한톨 날리지 않을듯한 새하얀 전시장. 사람조차 숨죽이고 있어야할 것 같은 적막함. 오가는 이들과 옷깃이라도 스칠까 조심히 거닐게 되는 차분한 분위기. 미술관은 그런곳이잖아요. 그런 곳을 강아지와 함께 가다니요.

애가 짖기라도 하면요? 전시장에 왕왕 울려퍼지는 우리 개 짖는 소리, 상상만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아요. 고가의 미술 작품에 마킹하면 어떡하죠? 고개를 후두두 털어 털오라기라도 날리면 어떡해요?

대체 반려동물과 미술관을 왜 가려는거죠? 어디든 함께하고픈 마음이야 알겠지만 그렇다고 문화생활까지 함께하려는건 사람 욕심 아닌가요? 강아지를 집에두고 가는게 맘에 걸린다면 차라리 전시를 안보고 말겠어요!



'강아지도 미술관 간다' 반려견 전용 유모차에 올라 전시를 관람하는 강아지들 @ankko_zzinbang_wooyu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갈 수 있는 곳은 매우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용 카페, 전용 운동장과 같은 반려동물 전용시설 외에도 동네 카페나 피트니스센터, 오피스, 네일숍, 심지어 만화방이나 볼링장까지. 반려동물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닌 사람중심 공간들도 반려동물 입장을 배려하고 사람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담장을 허무는 곳이 많아졌죠. 현재 펫시민이 SNS에서 소개하고 있는 반려동물 동반 공간의 수도 400여곳,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곳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동반공간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납니다.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도 다양해졌습니다. 점점 사람 가는곳에 강아지가 가지못하는 일은 줄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집니다. 일상에서 사람과 반려견이 서로 분리되어야 하는 상황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미술관을 반려동물과 함께간다는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이 사라지게 된 건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과 함께보는 미술전시 '반짝'이 열리고 있는 북서울꿈의숲 '꿈의숲아트센터'를 다녀오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강아지불가침(?) 영역이던 미술관이 반려동물 친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비결 무엇이었을까요? 국내 첫 반려동물 관람객을 위한 미술 전시를 기획한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의 임 참 큐레이터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IMG_5800.JPG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반려동물 출입로 사인. 움직이는 반려견을 좇아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바닥면 위치에 배치해 쉽게 눈에 띈다. ⓒ펫시민


IMG_5853.JPG 전시장에 들어서면 강아지마다 성별과 사이즈에 맞는 매너벨트를 나눠준다. 착용하면 리드줄을 한 상태에서 강아지도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펫시민


'강아지들 어서와 이런 미술관은 처음이지?' 강아지들 키높이에 설치된 센서가 강아지 관람객이 들어서면 모션이 감지되면서 일제히 꼬리 인사를 건넨다 ⓒ펫시민






피자와 치킨 앞에서 한없이 애처로워지던 강아지들, 작품속에서는 꿈이 이뤄진걸까? 반려가족들의 교감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들 ⓒ펫시민



반려동물이 관람객으로 미술관을 입장할 수 있다는건 처음 듣는 소식이었어요

네 일부 카페나 공간에서 유기견 후원 전시가 있을때를 제외하면 반려동물이 관람객이 되어 가는 미술관 전시는 이번 꿈의숲아트센터 '반짝' 전이 국내 최초가 맞습니다. 반려동물에 관한 전시를 기획하면서, 사람과 함께 반려동물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기존 전시 준비때에는 하지 않았던 여러 반려동물 관람객 이용 편의를 위한 부분까지 함께 새롭게 세팅하게 되었죠.



반려동물이 있으신가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여건상 키우지는 못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정말 좋아해요. 이곳으로 출근한지가 7년여 되어가는데 센터가 위치한 북서울꿈의숲은 그야말로 반려동물의 성지이죠. 출퇴근하며 혹은 점심시간에 나가보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는 강아지를 하루에도 수십마리씩 만날 수 있거든요. 환경이 이러하니 지역민과 시민분들의 이용을 고민해야하는 전시기획자 입장에서 주민들이 강아지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현실화하는건 전혀 자연스러운일이 아니었을거에요. 이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잖아요?

맞습니다. 이번 전시는 사실 전시 자체보다 전시가 가능하기까지 내부 설득 과정이 더 힘들었던 특별한 경우였어요. 전시에 참여한 작가 10여분은 모두 애견인이고 애묘인이세요. 반려동물과 관련한 뚜렷한 주제의식이 있는 분들이죠.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시고 협조적으로 작업해주어요. 전시 준비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문제는 내부 설득인데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기관이고 전시인데 전례가 없는 일이다보니 규정부터 살펴보고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반려동물의 미술관 이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했나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사소하게는 배설물을 방치하게되는 경우에서 부터 미술 작품을 손상하는 경우, 반려동물끼리 싸우는 행위와 같은 돌발 상황들을 대비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시뮬레이션할 필요가 있었어요. 우리는 반려동물 이용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애견카페와 같은 반려동물 관련 대규모 시설들을 참조해서 보완해나갔어요. 최근 일년 사이 국내 유명한 애견카페 시설들은 거의 다 가본 것 같네요.


공간 안에서 돌발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보험도 필요합니다. 공간에 관한 보험 그리고 작품 보험도 별도로 고려해야 하죠. 예를들어 강아지가 관객을 무는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는 영업배상 보험과, 작품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를 대비하는 박물관 상해보험이 각각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물 배상 보험 상품이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한곳 정도 밖에 없어요. 외국계 보험사의 여러 상품 가운데에서 선택 조치할 수 있었죠.


상상톡미술관 내에 설치된 파우더룸. 비치된 여러 반려동물용 소품을 착용해보고 사진촬영을 하며 즐길 수 있다 ⓒ펫시민




아직까지 '강아지는 집에 들이는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내부 설득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가장 어려운 점이 내부 임직원들의 심리적 허들을 넘어서는 것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실내에 반려동물이 들어와 이용한다는것 자체를 거북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시간을 갖고 꾸준히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었어요.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 수준 이상의 소양 다 갖추고 있다, 반려인들의 성숙한 반려문화를 계속해서 이야기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거라는 점을 어필하고 우려를 하나 하나 상쇄시켜나갔어요. 만일을 대비하는 기본적인 조치들을 해가면서요. 예를들어 입장할 때 반려견이 마킹을 하지 않도록 매너패드를 나눠드린다거나, 전시장 곳곳에 설치한 배변패드를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 등. 사실 이런 정도의 기초적인 에티켓을 지키는 부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관람객분들 모두 충분히 지켜주고 계십니다.


이번 전시에서 견주들은 리드줄을 가까이 잡으면 강아지도 함께 거닐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끼리 싸우는 행위라던지 하는일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어요. 견주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세심하게 케어하시기 때문에 우려할만한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건사고 없이 관람이 가능하도록 평소보다 많은 전시안내 직원을 배치하고 더 섬세하게 안내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런 장치들을 준비하는 것이 약간의 번거롭고 신경쓰이는 일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불가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다른 전시 공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만평에 달하는 북서울꿈의숲은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휴식처이자 반려동물가족의 필수 산책코스. 꿈의숲아트센터는 이곳 꿈의숲 한가운데에 위치해있다. ⓒ펫시민




이 같은 전시가 가능한 다른 곳 더 있을까요 어떤 환경이 적합한가요

아무래도 저희는 북서울꿈의숲 내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술관 주변에 반려동물과 숲을 이용하는 인구가 굉장히 많았던게 주효했어요. 이처럼 지역민과 함께하는 위치에 있는 미술관, 강아지와 산책하다가 어딘가 실내로 들어가고 싶을 때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위치이면 좋겠지요. 공원에 인접한 미술관들이 많아요. S미술관 같은 경우에도 공원 내에 있고요. 앞으로 저희 말고도 곳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이 전시장에 가는 것, 전시장에 반려동물이 오는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은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인 시대에요. 강아지가 놀이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가족이죠. 그래서 반려동물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요. 문화예술계에서도 당연히 반려동물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반려동물과 동네 산책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야외 실내 구분 없이 문화를 공유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의 소중함과 중요성 그러한 주제를 전하는 전시에 반려동물이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의미가 있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의 소중함을 전하는 전시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것은 큰 의미
동물과 사람 모두,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





전시장의 배려나 전시 아이디어들을 보면 도저히 반려동물 키우지 않는 분의 기획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데

전시 준비는 최근 일년사이에 이뤄졌지만, 구상은 실은 2년전 부터 했어요. 하고싶다 해야겠다 생각한 후로는 국내에서 열리는 펫페어도 모조리 참석했고요.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키우는 분들 입장에서 필요한게 뭘까 공부하고 관계자분들과 미팅하고 협의하고. 이번 전시에도 많은 회사에서 도움 주시고 해서 이러한 준비가 가능했습니다.



올 연말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 이후 계획은. 반려동물동반관람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이번 전시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이번 전시 결과에 달려있어요. 저는 '반짝' 전을 매년 이어가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어요. 만일 이번 전시가 무탈하게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가 된다면 가능하리라고 보고요. 더 길게 더 연속성있게 더 발전된 전시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 계획도 갖고 있죠.


예전에 영국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전시가 열린 적이 있었어요. 반려동물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거에요. 예를들어 강아지는 사람과 보이는게 다르잖아요? 볼 수 있는 컬러도 다르고. 사람의 눈에 아름다운것이 아닌 강아지의 눈에 아름다운 작품을 전시하는 것. 그런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전시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첫발을 내딛은것이라 할 수 있죠. 지속되려면 반려동물 가족 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요, 성숙한 관람 유지해주신다면 다음해 그 다음해에는 더 새롭고 발전된 형태의 전시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KakaoTalk_20170922_121953793.jpg 지난해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강아지를 위한 전시. 반려견 키높이에 걸린 작품, 치킨향이 나는 그림 등 관람견(?)의 취향과 눈높이에 꼭 맞춘 전시가 인상적이다




전시는 반려동물과 이용하기 편리했고, 그 밖에도 강아지 눈높이에서 준비된 함께 즐길거리가 정말 풍성했습니다. 인터뷰를 앞두고 전시장을 둘러보며 필시 반려동물 키우는 분일거라고 단정지었던건 반려동물이 없는 핸디캡(?)을 열정으로 극복하신 큐레이터님의 노력의 결과였던 모양입니다.


신성하게까지 여겨지던 미술관의 담장을 무너뜨리고 반려동물들이 무엄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주신 힘써주신 임 참 큐레이터님의 도전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희 펫시민들은 언제나처럼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내어주시고 배려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펫티켓을 지킬 것을 약속 드립니다.





'사람꺼 아니에요 귀엽고 아담한 강아지에 양보하세요.' 상상톡미술관 한켠의 강아지 그네에 올라탄 '앙꼬', '찐빵', '우유' @ankko_zzinbbang_wooyu



반려동물과 함께 반짝전을 즐기는

몇가지 방법


- '반짝' 전은 꿈의숲아트센터의 <드림갤러리>와 <상상톡미술관> 두 건물을 통틀어 진행되고 있어요.


- 먼저 <드림갤러리>에서 국내 반려동물 현대미술 작가 13인과 함께하는 전시를 감상 한 뒤(매너벨트를 벗겨버리지 말고), <상상톡미술관>으로 가 반려동물들과 체험이 가능한 각종 놀거리들을 계속 즐겨보세요.


- <상상톡미술관>에서는 리드줄도 벗고 뛰어놀 수 있어요. (단, 다른 강아지와 다투지 않도록 주의!) 강아지들이 꾸미고 사진촬영할 수 있는 파우더룸과, 포토존, 각종 어질리티 체험장, 바람을 가르는 버스, 강아지 전용 볼풀장과 강아지 그네 등이 있어 즐길거리들이 많아요. 어질리티에서는 반려견 교육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고, 훈련사님을 만나는 교육세션도 있다고 하니 필요하신 분들은 사전에 일정을 확인하시고 가보세요.


- 너무 가열차게 놀아서 쉬고싶을때는 북서울꿈의숲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커피한잔을 할 수도 있고요.


- 전시를 모두 즐긴 후에는 미술관 바깥의 꿒의숲 잔디에 텐트나 돗자리를 펴고 놀아요. 분수대에서 뛰노는 어린이들과 개린이들이 같이 노는 광경을 만들수도 있어요!!


- 이게 끝이 아니에요. 꿈의숲 안에는 사슴농장이나 전망대 등 온가족이 즐기기에 좋은 모든것이 있어요. 개린이들 꼭 가족들과 함께 휴일 하루 온종일을 이곳에서 보내보시길 :)







KakaoTalk_20170922_161613910.gif (재)세종문화회관 꿈의숲 아트센터(북서울꿈의숲 위치)에서 열리는 반려동물과 함께보는 미술이야기 '반짝' 2017.9.9~12.3


티켓 성인 12,000 어린이 10,000 (강아지는 무료)

전시 문의 02. 2289. 5401

운영 시간 10:00 ~ 18:00 (입장마감 17:30)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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