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는 사실 갈 계획은 없었으나, 과테말라 이후 고민을 하던 중, 중미에서 그나마 덜 위험하다고 하는 코스타리카를 선택했다. 코스타리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입국해서 여행할 곳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입국해서 비싼 물가가 하루 만에 체감되었다. 여행지나 국립공원 몇 곳을 알아보는데 혼자 가기엔 경비가 어마어마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그리곤 미리 알아본 주짓수 체육관을 찾았다. 멕시코, 과테말라에서 부족했던 주짓수를이렇게 된 김에 조금 더 채우고 떠나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여행 대신 주짓수, 그것도 내겐 좋은 선택지였다.
코스타리카 알라후엘라에 위치한 AJR 주짓수 체육관
체육관이 지하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자동차 매연에 취약한 것이 단점인데 이외는 다 좋았다. 내부에 꽤나 큰 화장실 그리고 넓고 두꺼운 매트, 좋은 사람들까지. 처음 방문해서 시간표와 가격에 대해 물어봤는데 일주일 내외로 운동하는 거면 언제든지 와서 운동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코스타리카 내에서 여행을 안 가고, 체육관에서 운동만 할 생각으로 숙소도 다시 잡고, 그렇게 일주일간 운동을 하고 왔다.
체육관 가는 길에 항상 보이던 풍경
운동하러 갈 때마다 보던 풍경인데 항상 감탄하면서 다녔다. 마침 또 노을 지는 시간대라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지구 반대편의 하늘은 뭐가 달랐을까. 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눈이 밝아지는 기분도 들고 신기했다.
성인 수업 전, 어린이 수업
우연찮게 온 코스타리카, 여행보다 주짓수를 할 수 있어 더 행복했던 일주일. 보통 일주일 내외의 짧은 시간 여행하며 운동한다고 하면 돈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늘 떠나기 전에 이온 음료 10-20병 정도 사가지고 방문하는데 유일하게 코스타리카에서만 못했다. 코스타리카에서 게토레이 한 병에 3천 원이 넘어, 10병만 사도 부담스러웠기에 마지막 날 조용히 친구들한테 "나는 또 파나마로 넘어간다."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돈을 안 받으면 그만큼 보답을 하고 가는 게 늘 해왔던 당연한 일인데 못하고 와서 미안함이 남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한 5만 원 쓰고, 마음 편할걸.' 그 몇 만 원 아끼려다가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또 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아서 더 그런 느낌이 든다.
Alajuela 버스
Alajuela는 그저 공항 바로 앞에 있는 동네이다. 원래 한 이틀만 지내다가 산호세로 넘어가려고 했으나, 위험 지역이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체육관도 그렇게 많지 않았으며, 여행도 포기한 마당에 '주짓수나 하다가 가야지.'라는 생각에 이곳에 더 머무르게 되었다. 이 주변으로 스타벅스 농장과 큰 공원도 있고, 전반적으로 잠깐 머무르기엔 평화롭고 좋은 마을이었다.
일주일간 재밌고, 행복했던 체육관
운동을 정말 재밌게 했다. 다들 친절했고, 먼저 와서 말 걸어주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국에 출장을 와봤다고 하는 친구도, 오징어 게임을 얘기하던 친구도, 페루에 가면 본인 집에 가서 자도 된다고 말하던 친구까지 있었다.
그리고 남자답고, 멋있게 생긴 Profe. Oski 같은 남자로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남자와 여자가 무엇인지 또는 남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본다면, 고민 없이 저 친구 사진을 보여줄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지구에선 남자라고 불린다고. 남미를 여행하면서 저렇게 잘 생기고, 남자답고, 주짓수 잘하는 친구를 2명 만났는데 나머지 한 명은 콜롬비아에서 만났다. 그 친구도 정말 좋아했던 친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