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여행을 마치고 코스타리카로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행 초기에는 체력이 넘쳐서 공항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다음날 새벽 출발인 비행기라 전날부터 가서 기다렸다.
과테말라 공항
과테말라 시티는 한인 기업들도 있긴 하지만 안티구아 이외의 지역은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혼자 첫 여행지인 과테말라에서 특히나 조심을 많이 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사진 찍을 때도 경계를 많이 했는데, 공항을 한 번 사진 찍고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고 후다닥 찍느라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과테말라 공항 내부
공항에 들어오니 늦은 시간이라 모든 상점이 다 닫아있었고, 내부를 훑어보는데 대부분 불을 꺼두고 있어서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그래서 일단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외국인이 옆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뒤 아는 척을 했다. 아티틀란 호수 마을 중 하나인 San Marcos에서 나를 보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내 기억 속에서도 뭔가 저런 사람을 잠시 지나친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친한 척하는 게 굉장히 의아했지만 웃으며 얘기하는데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인은 독일에서 왔고, 중국에서 무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내일 새벽 파나마로 향한다고 했다. 그때 당시 파나마와 코스타리카는 약 1시간 차이나는 티켓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그저 '나처럼 공항이 엄청 일찍 왔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중 본인이 흡연을 하러 밖에 나갔다 오려고 하는데 캐리어와 백팩을 가리키며 짐을 맡아달라고 했다. 이런 적이 처음이어서 이걸 거부하기에도 너무 매몰찬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이런 상황을 카톡으로 떠들었다. 그러니 한 친구가 그런 부탁은 거부해야 하고, 위험하다고 알려주었는데 사실 그때까지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과테말라 공항 내부
특히 공항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으로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건, 유명한 실화 바탕인 영화 '집으로 가는 길'처럼 어떤 짐을 주고 운반해 달라고 하거나 보안 검색대만 넘어달라고 하는 경우는 당연히 거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짐을 잠시 맡아주는 것으로도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 짐을 맡아주는 것도 가담자가 되어버릴 수 있어, 이유불문하고 거부해야 한다고 한다.
너무 각박하다고 느껴졌지만 짐 안에 밀수품이나 기타 반입이 불가한 물건이 있다면, 이를 맡아주는 행위 또한 동조하는 꼴이 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엔 다행히 독일인 친구가 별 일 없이 돌아와 줘서 다행이었지만, 처음으로 해외여행하면서 조금 더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과테말라 공항 내부
그리고 과테말라 공항에 위 사진처럼 한글이 같이 쓰여 있어서 참 신기했는데 이유가 다 있었다. 그 이유는 현지 대사관에서 공항 관련 국내 연수를 시켜주었고, 코로나 때 마스크와 구호 물품을 기부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과테말라 정부에서 공항에 한글 안내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과테말라 공항 내부
처음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장 바깥에서 기다렸는데, 차라리 출국장 안으로 미리 들어올 걸 그랬다. 여긴 밝고, 식당이랑 편의점도 있었는데 그걸 나중에 알았다. 멍충멍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