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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Dec 21. 2023

코스타리카에서는 뭘 해야 할까?

계획 없이 온 코스타리카에서의 일주일

코스타리카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나무늘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나무늘보 사진이 제일 먼저 보이고, 계획 하나도 없이 도착했지만 묘한 떨림과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생각만 들었다. 특별히 계획은 없었으나, 볼리비아 비자 발급 이후 90일 이내 입국해야 해서 대략 일주일 정도는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항 곳곳에서 보이는 동물들 사진과 조형

 코스타리카를 검색을 하면, 큰 틀의 키워드는 국립공원, 온천, 커피, 화산 등으로 대부분 자연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국립공원 몇 군데를 알아보고, 입장권부터 교통비를 계산해 보니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국립공원을 혼자 가면 재미가 있을까?', '이 가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생각을 한 5분 해보니 '안 가봐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정은 꽤나 빨리 내린다.


알라후엘라에 있는 체육관

 코스타리카에 오기 전 과테말라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온 터라 엄청 피곤했는데,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주짓수 도장부터 찾았다. 여행을 할 게 아니라면 그 시간 동안 주짓수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멕시코, 과테말라에 있는 동안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고, 틈날 때마다 주짓수 영상을 보고, SNS를 통해 한국 체육관에서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부러웠다.


<코스타리카 주짓수이야기>

손가락 테이핑

 주짓수를 안 해본 사람이 보면 다친 줄 알겠지만, 이건 분명히 손가락 보호 및 예방을 위한 작업이다. 이렇게 해야 그나마 조금 아프고, 덜 다친다. 상대방 깃을 잡고 하다 보면 상대방 체중을 손가락으로 받으니, 관절 마디가 가끔 엄청 아플 때가 있다. 


알라후엘라의 거리

 일주일간 머무르고 다음 행선지인 파나마로 넘어갈 생각을 해서 산호세 시내로 넘어가지도 않고, 공항 앞에 있는 가까운 동네에서 머무르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운동량을 채우고 싶었다. 그리고 운동을 안 하는 시간에는 주로 낮에 산책을 다니거나 글을 쓰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곤 했다.


소고기가 대략 300g에 5,500 원가량 한다.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점은 바로 고기를 정말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멕시코에서부터 느꼈지만 저렴한 소고기를 거의 매일 먹다시피 했다. 밥을 거의 안 먹고, 육류위주의 식사만 했다. 소고기가 질릴 수 있을까 했지만 이것도 몇 달을 신나게 먹어보니 점점 감흥이 떨어지고 여행이 끝나갈 쯤에는 거의 닭고기 위주로 먹었다.


그동안 숙소에서 해먹은 고기들

 중남미를 여행하며 가장 많이 해먹은 요리가 소고기인데, 보통 마트에 가면 제일 먼저 고기를 사고, 마늘, 양파 등 야채를 몇 개 고른 후에 그냥 다 같이 팬에 볶듯이 굽는다. 소고기는 금방 익으니 조리 시간도 짧고, 가격도 저렴하고 좋다. 저렴하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파스타나 빵을 위주로 식사할 텐데 개인적으로 파스타는 거의 안 먹고, 빵은 되도록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빵이 극단적으로 저렴한 페루나 볼리비아에선 딱딱하고, 주먹만 한 빵 하나에 100원, 200원 수준이라 여행하면서 간편하게 종종 한 끼를 때울 때도 있었지만, 코스타리카에서처럼 여행이 아닌 운동하러 마음먹고 오면, 더욱 잘 챙겨 먹었다. 먹는 건 중요하니까!


알라후엘라의 한 쇼핑몰

 체육관에서 운동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보던 풍경이다. 혼자 땀에 절어 앞머리는 갈라지고, 도복 가방을 메고 이 거리를 걸어가면 시원한 바람과 주변에서 흔하지 않은 동양인 등장에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맥주 가게도 있고, 음식점도 많았는데 코스타리카의 물가는 살벌해서 외식은 최대한 줄이고, 집에 가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혼자 자취하면서도 안 하던 요리를 여행하면서 이곳저곳 숙소를 옮겨 다니며 고기를 구워 먹었고, 가위가 없으면 칼과 손으로 하면 되었다. 불편한 건 있었지만 그런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나 그런 상황에 닥치면 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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