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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Dec 23. 2023

내가 상상하던 파나마는 이렇지 않았는데...

빌딩숲 파나마시티를 기대하고 온 나

파나마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를까? 가장 유명한 파나마 운하와 수도인 파나마 시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내 머릿속엔 빌딩숲을 기대했다. 아마도 그동안 스쳐 지나간 외국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남은 기억에 파나마는 고층 빌딩이 많고,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현지 통화도 달러를 쓰는 나라..! 하지만 그 기대는 첫날부터 사라졌다.


파나마 시티 호텔 앞의 풍경

 첫날 공항에 도착해서 근처 작은 호텔로 이동했을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불안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밤에 외출을 삼가고, 여러 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특히 늦은 시간, 낯선 공항에 도착한 경우에는 우버를 기다리는 동안 혹여나 '택시 강도'를 만나진 않을까 걱정이 되고, 밤에 식당을 찾으러 낯선 장소를 가본다던지 등등 더군다나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모든 짐을 다 가지고 이동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불안했다. 혹시나 강도를 만난다면, 빼앗길 것을 대비해서 귀중품을 캐리어와 백팩에 분산해 두었는데 이렇게 모든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경우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당을 찾으러 가는 길에 급하게 찍은 사진

 배고픈 상태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아 구글맵을 보고, Rappi (배달음식어플)을 켰는데 배달 가능한 식당이 몇 개 없었다. 그래서 구글맵을 검색해서 찾는데 구글 맵상에 가까운 식당은 작은 치킨 가게가 하나 있었다. 치킨이 먹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그 근처로 가볼 겸, 일단 물도 사야 해서 필요한 현금 조금과 휴대폰을 챙겨 나왔다.


 가까운 슈퍼에서 물을 한 병 구매하고 주변을 한 번 훑어봤는데 구글맵상에 있는 치킨집으로 가려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 상황에서 나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지고 누가 봐도 여행자차림의 동양인이라 타깃이 될 확률이 클 거 같아서 일단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가 빛이 환한 방향으로 걸었다.


파나마 시티의 길거리

 낮에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고, 버스도 타보고 했는데 정말 위험할 것 같은 곳에선 핸드폰조차 꺼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있었다. 그 동네는 확실히 낡은 건물들이 많은 빈민촌인 것 같았다. 주로 흑인들, 노숙자들이 많이 보였는데 길을 잘못  온 것임 처음 왔지만 바로 느껴졌다. 그래서 최대한 겁 안 먹은 척, 어깨 펴고 주먹 쥐고 걸었다.


 중남미 여행을 하다 보면 그렇게 걷다가 잘못된 곳에 종종 가게 되는데 확실히 평범한 거리가 아니라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 눈동자가 풀려있다거나 갑자기 노숙자들이 거리에 많다던가, 허공에 대고 떠드는 사람이 보인다거나 이런 신호들이 있다. 그러면 그 즉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고 핸드폰을 볼 여유가 있다면 구글맵을 보고 큰길을 찾아 빠져 나가거나,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조차 안될 분위기라면 어금니 꽉 깨물고 최대한 발걸음을 빨리 옮긴다.


파나마시티 알브룩 버스터미널에 있는 치킨버스

 과테말라에서 본 일명 치킨버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폐차한 스쿨버스를 사들여 수리 및 개조하여 사용하는 대중교통인데 가격은 저렴하지만 굉장히 불편하고, 온냉방이 안 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치킨버스는 과테말라 이후로 못 볼 줄 알았는데 파나마에도 있다니, 혼자 충격적이었다. 내가 생각한 파나마는 그저 고층빌딩에 수많은 해외 각국의 비즈니스맨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기대했던 장면과 조금 달랐다.



<파나마 주짓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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