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살타로 이동하는 과정 중 이미 며칠 전부터 배탈이 나서 상태가 영 안 좋았다.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국경 도시인 비야손까지 약 16시간이 걸렸고, 그 상태로 아침 7시부터 육로 국경 줄을 서서 약 4~5시간이 걸려 통과했다.
비야손 국경을 넘으면 아르헨티나 라 퀴아까 도시가 나온다. 국경도시인만큼 남은 볼리비아 볼 화폐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해서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살타를 직접 가는 버스는 없고, 후후이 (Jujuy)를 경유해야 했다. 상태도 안 좋았고, 동행했던 형을 살타에서 저녁 전에 만나야 했기 때문에 지체될 수 없었다. 라 퀴아까에서 버스를 탔고, 약 5~6시간쯤 걸려 후후이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약 오후 5시 50분, 버스 터미널 창구에 살타를 얘기하니 버스 티켓 가격이 2,800페소라고 알려준다. 돈을 지불하고 티켓을 받았다.
받은 티켓은 오후 5시 45분이라고 적혀있었다. '현재 시각 오후 5시 50분인데 왜 나에게 5분 전의 버스 티켓을 준 걸까?' 황당했다. 다시 버스 창구에 가서 티켓을 잘못 줬다고, 시간이 이미 지났다고 손짓과 발짓으로 설명하니 창구 직원이 "저기 보면 버스 한 대 서 있으니 거기 가서 타면 된다."며 태연하게 말했다.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캐리어와 짐을 끌고 허겁지겁 버스를 확인하고 탑승했다. 근데 한 가지 더 웃긴 건 그렇게 짐을 싣고, 부리나케 자리에 탑승하였지만 출발하지 않고 한 10분 뒤에 시동을 걸었다.
5분 전 버스티켓
남미를 여행하다 보면 흔한 일이다. 버스 회사뿐만 아니라, 여행사 직원들도 많게는 1시간씩 늦어버리는 경우가 대수롭지 않게 일어난다. 그래서 늘 약속 시간에 늦을 것을 예상해야 한다. 장거리 버스도 10시간 걸린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12,14시간 걸리는 경우도 많고, 시간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한 편인 것 같다.
남미 여행을 할 때 계획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으면, 다음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 수 있다.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계획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내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계획도 없는 여행, 더 머물고 싶은 동네가 있으면 숙소를 연장했고, 마음에 들지 않은 동네가 있다면 다른 동네로 옮기곤 했다.
아르헨티나 살타는 남미 여행을 하며 처음 '안전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정에도 버스가 돌아다니고, 낮에는 관광객들도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화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