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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Jan 05. 2024

남미여행 동행은 이제 그만.

두 번 다시 동행을 구하지 않는 이유

남미 여행을 가기 전과 후의 생각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가기 전엔 그저 무법지대라고 생각했던 남미가, 여행하고 보니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특히 여행 초기에는 겁이 많아서 혼자 가기 무서운 곳은 주로 동행을 구해서 같이 다녔는데, 혼자보다는 확실히 덜 무서웠다. 그래서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일정이 맞다면 동행해서 함께 여행하고, 놀고 대부분 그렇게 여행자들끼리 재밌게 시간을 함께 했지만 이번엔 그중 최악의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공항

 때는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는 길이었고, 가려는 일정에 보트 투어 동행을 먼저 구하는 분이 있었다. 같이 여행하던 형과 대화를 하던 중 사람이 많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 총 4명이서 같이 가기로 했다. (동행을 구하는 분 1명, 함께 하기로 한 분 1명 그리고 나와 같이 여행하던 형 포함 2명)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각자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 이상했는데, 동행을 구하는 분이 이에 대해 특별한 말이 없길래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이과수행 비행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아르헨티나 이과수 공항에 도착해서 연락을 확인해 보니, 이미 그분들은 도착해서 만났고, 티켓을 구매하고 투어를 하러 간다는 메시지만 남겨놨었다. 처음부터 같이 하자고 동행을 구해놓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부분과 본인들끼리만 가는 것에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짜증은 났지만 그분들의 일정상 기다려줄 수 없다거나 그럴 수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먼저 간 분들이 오후 보트투어 티켓이 매진되었고, 오전 티켓을 사서 본인들끼리 투어를 한다는 것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려다가 안 한 우리는 망연자실했다.


이과수 공항

 이과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짜증이 밀려왔다. 오늘 아르헨티나 사이드에서 보트투어를 못하면, 미리 예약해 둔 브라질 숙소도 못 가고, 여러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브라질 이과수를 먼저 가서 보고 다시 돌아올까.' '아르헨티나 사이드에서는 관람만 하고 보트투어는 브라질 가서 할까.' 등 여러 대안을 생각하던 중, 같이 여행하던 형이 물었다. "동행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보트 투어 오후 예매 모두 매진됐다고 한 말이 확실한 거야?" 이 질문은 그분들이 얘기했던 프레임을 벗어나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 말을 100% 믿었다. 왜냐하면 굳이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후 보트 투어 티켓은 없다.'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버렸다. 미리 만난 2명의 동행분은 오전에 도착했고, 티켓이 오후엔 모두 매진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먼저 갔으니, 그 말을 믿었는데 일단 가보자는 형의 말에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급히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과수 공항 외부

 정신없이 도착하자마자 매표소에 보트 투어를 물어보니 동행하려던 분들의 얘기와는 다르게 오후에 자리가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동행하기로 했던 분들이 본인들 유리하게 거짓말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페인어를 제대로 못 알아들었던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책임하게 동행을 구하는 분들 간혹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루 일정이 한순간 다 날아갈 뻔했다. 그날 하루가 1년 동안 여행하며 받은 최고의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그 이후로 동행은 두 번 다시 안 구한다.


보트 투어 대기하는 곳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린 결론은 직접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더라도 의심을 해야 했다. 같이 여행하던 형 없이 혼자 있었더라면 브라질 숙소도 손해 보며 취소했었을 것이고, 여러모로 일정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브라질 이후 여행은 한국인을 거의 만나지 않았고, 주로 현지인들과 친해져 어울려 놀았다. 동행을 하며 얻는 좋은 경험들이 90이어도 이런 안 좋은 일 한 번으로 동행은 굳이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보트 투어 매표소

 성격상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나는, 이번에 많은 걸 배웠다. 이런 상황에도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상황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양새였다. 다음에는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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