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이 황당함과 억울하기까지 한 심정을 친했던 한 멕시코 친구한테 투덜댔다.
"버스 회사 직원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버스 내부가 너무 끔찍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가득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침착했다.
"여긴 너네 나라가 아니야. 그건 그 사람들이 판매하는 수법이고, 여긴 라틴 아메리카야. 그게 싫다면 넌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근데 그 말에 할 수 있는 답이 없었다. '그래, 누가 남미 가라고 등 떠밀었나?' '아니지, 내가 여행하고 싶어서 내 발로 온 것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 12시간 가방을 끌어안고 최대한 잠을 안 자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버텼으나 눈꺼풀이 무거워 30분씩 자다 깨다 한 것 같다. (피곤 + 서터레스)
비가 내리던 볼리비아 우유니 시내
모쪼록 이후로 버스 타기가 겁이 났고, 혼자라 더 무서웠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남미여행 중인 분이 볼리비아 수크레에 있다고 했고, 바로 만났다. 수크레에서 만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다음날 우유니를 간다고 하셨다. 우유니를 당장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때 같이 따라가지 않으면 버스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동행 분 일정에 따라 약 3박 4일간 따라다녔다.
우유니 -> 수크레 행 버스
동행해 주신 분 덕분에 우유니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우유니에서 나는 수크레로 다시 돌아가고, 동행하셨던 분은 아르헨티나 살타로 이동했다. 여행 루트가 서로 반대방향이라 앞으로 마주칠 일은 없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다시 보자고 약속했다. 그 이후에 혼자 다닐 때는 버스를 애용하게 되었다. 이젠 더 이상 그런 속임수에 낚이지 않는다. 항상 몇 차례 확인하고, 직접 가서 버스를 확인하러 가본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그런 고통 속의 버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뭐든 지나고 나면 추억이다. 정말 힘들었던 기억은 결코 유쾌하지 않지만, '그땐 그랬지.'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어제의 불행은 오늘의 추억거리다.
우유니 사막에서 바라본 노을
PS. 귀국하고 얼마 안 되어 우유니 동행했던 분과 만나서 식사도 했다. 이번에는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셨고, 돌아온 지 1년 만에 6개월짜리 장기 여행을 곧 떠나신다고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로서, 응원하게 된다. 빠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