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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Dec 01. 2023

첫 남미, 볼리비아 12시간 절망적인 버스 여행

혹독했던 남미 신고식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버스터미널

중미(멕시코 -> 과테말라 -> 코스타리카 -> 파나마)를 거쳐 이제 남미 첫 국가인,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 도착을 했다. 파나마에서 볼리비아로 오는 비행기부터 삐걱댔다. 볼리비아 비루비루 공항의 기상이 좋지 않아 착륙을 못하고, 파라과이 아순시온으로 착륙했다가 다시 오는 바람에 예상시간보다 5시간은 더 걸려서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예약해 놓은 숙소로 이동했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던 산타크루즈에서 바로 수크레로 이동하기로 마음먹고, 터미널을 돌아다니는데 버스 터미널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같지 않았다. 여기는 버스 회사별로 노선이나 버스 퀄리티 등등 다르고, 가격 또한 정찰제가 아니라서 최대한 발품 팔면서 가격도 깎을 수 있었다. 물론 쉽지 않지만 가격 흥정을 하는데 필요하다면 칭찬도 하고, 애교를 부리기라도 해야 한다.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터미널 내부

 버스터미널에 가보니 전통복장을 입은 분들도 많았는데, 위 사진과 같이 모자를 쓴 여성분은 결혼을 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외국에서 온 배낭 여행족들도 생각보다 많았는데, 서양에서는 보통 캐리어보다 배낭을 선호하는 듯했다. 본인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Unificado 버스 회사 직원과 호객행위하던 친구

 버스터미널 앞에서 사람들이 많이 떠나는 지역 이름(오른쪽 벽과 간판에 쓰여있는 것처럼)을 떠들거나 피켓을 들고, 버스 티켓을 판매하는 분들이 엄청 많다. 이런 분들이 코차밤바 (Cochabamba)를 외칠 때면, "코차밤바 코차밤바아--", "수크레 수크레 수크레에--" 등등 각 지역마다 특이하게 노래를 부르듯 다른 음이 다 다.


 이런 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면 대부분 무시하곤 하는데, 가끔 여행 유튜버들을 보면 이런 호객 행위하는 곳에서도 한 번씩 무언가를 사거나, 가이드 고용하는 등의  장면이 기억나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는 그때까진 몰랐다.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될지..


사진 속에만 있는 고급 버스

 호객행위를 한 분을 따라서 한 버스회사 창구에 도착을 했는데 오자마자 바로 구매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좌석이나 버스는 어떻게 생겼는지 등등 물어봤는데 위와 같은 새 버스 사진을 보여주고,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인 15번을 주겠다고 했다. 저렇게 깨끗한 버스 사진과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보통의 가격에 판매한다면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결제하고 티켓을 받았다. 호객행위를 하던 분은 나를 데리고 왔고, 결제까지 했으니 그 자리에서 커미션 개념으로 한 20 볼(한화 약 3,800원)을 현금으로 받는 것 같았다.


캐리어를 끌고 가주시는 버스 창구 사장님

 버스 회사 사장님이 직접 내 캐리어를 끌어주고 버스 앞에까지 가져다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짐을 싣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결제할 때 보던 사진과는 정말 다른 버스 한 대가 서있었다. 버스를 보자마자 1차 충격이었다.


두둥-

 버스 창문이 저렇게 열려있다는 건 날이 더워도 에어컨이 안 나오는 버스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외관에서 느껴지듯이 엄청나게 노후되어 있고, 이때 다시 결제한 곳에 돌아가서 따지고 싶었으나, 버스 출발시간보다 벌써 20분이 지난 시간이었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일단 탑승했고, 혼자 있는 좌석을 찾았지만 전부 두 자리씩 붙어있었고, 냄새가 어마어마했다.


 버스 좌석 시트부터 낡아있고, 위생적으로 엄청 안 좋아 보였다. 이런 버스는 대부분 승객이 꽉 찬다. 그래서 다른 자리로 이동할 수도 없었고, 이동하더라도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자리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내 옆자리엔 신발을 벗고 맨발로 앉아있는 현지인이 보였다. -2차 충격


 앉기도 싫은 자리에 일단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바글바글 짐을 많이 들고 있는 사람들부터 아기를 좌석 복도에 눕혀서 재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남들이 다 지나다니는 바닥에 혹시라도 아이가 밟히진 않을까 걱정되고, 더운 날씨에 모두가 땀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까지 다양했고, 정말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했다.


버스 터미널세 3볼과 버스 내부

 볼리비아는 어느 버스 터미널을 가든 버스 타기 전 미리 터미널 세금(?)을 내야 한다. 미리 구매를 안 하더라도 출발할 때 검사하는 분이 올라와서 없으면 그 자리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갑자기 출발하기 전 한 분이 올라와서는 티켓 이외의 돈을 요구하길래 당황했으나 가격이 3 볼 (한화 약 570원) 밖에 안 되어서 그냥 냈다.


 버스 의자에서부터 냄새가 올라와서 몸에 냄새가 배는 느낌이 들었다. 출발시간을 한 시간 넘게 지나서 출발했고, 잠을 안 자고 버텨야겠다고 생각했으나 12시간 밤 버스를 뜬 눈으로 가기란 어려웠다. 남미에 처음 온 볼리비아, 첫인상부터 거짓말에 속고, 그저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남미 여행 더 이상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멕시코 친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며 불평했더니, 이런 게 다 그들의 영업방식이고, 여기는 한국이 아닌 남미라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한 공터에 버스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서 내리기 시작했다. 눈치껏 지금 내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짐을 모두 챙겨 내려보니 다들 각자 자리를 하나씩 잡고 용변을 해결하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다들 그저 버스가 멈췄을 때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빨리 행동하는데, 버스가 멈춘 위치도 일반 공터가 아닌 자세히 보니 한 주택가였다. 누구는 어떤 집 앞에서 볼일을 보고 있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런 광경이 잠이 덜 깨서 그런 건지, 꿈인 건지 헷갈릴 정도로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남미 첫 신고식(?)을 이렇게 치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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