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30시간이라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거리다. 하지만 나처럼 시간은 많고, 돈이 아쉬운 여행자에겐 버스는 정말 좋은 대안이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12시간, 16시간 정도의 버스는 타본 적이 있으나 30시간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앉아서 졸다가 넷플릭스 조금 보다가 그러다 보면 30시간도 금방일 테니까.
버스탈 때마다 다른데, 대부분 더운 지역에서는 에어컨을 가는 내내 틀어준다. 나중엔 너무 추워질 정도인데 원래 그런 듯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다들 두꺼운 옷을 챙겨 입는다. 그리고 에어컨으로 인해 실내가 엄청 건조해지기때문에 인공 눈물, 로션, 립밤 등, 미리 챙겨두면 좋은 준비물이다. 춥고 건조한 경우는 있었지만 히터로 인해서 덥고, 건조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태껏 타보았던 버스 기사님들이 히터는 조절을 잘해주셨다.
첫 번째 도착한 휴게소
그리고 이 정도 시간과 거리를 이동하면 당연히 중간에 화장실 겸 식사를 위해 휴게소를 들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30시간 내내 버스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버틸만하다. 비행기를 많이 타고 여행하다 보니 비행기가 더 신경 쓸 것들이 많고 피곤했다. 그래서 비행시간이 1시간 내외인 곳은 웬만하면 버스를 이용하려고 했다. 항공권 구매는 날짜만 잘 맞추면 버스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나는 버스를 이용했다.
물론 버스는 그 나라에서 최대한 비싼 회사의 티켓을 산다. 볼리비아 처음 탔던 최악의 12시간을 생각하면 그 돈은 전혀 아깝지 않거니와 사실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미 버스를 탄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돈을 아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그 정도 지출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페루에서는 고급 버스회사인 Cruz del sur 이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
버스 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물
버스 승객들이 다들 같은 음료를 마시고 있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는데 처음엔플라스틱 병이 요구르트인 줄 알고 다들 같은 걸 사 먹나 보다 생각했는데 물이었다. 그래서 '이게 어딘가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구나'를 알게 되어서 버스 내부 구석구석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층 버스 맨 뒤에 냉장고 같이 생기진 않았지만 열고 닫을 수 있는 작은 문을 찾았고, 열어보니 시원한 물이 많이 있었다. 마치 나 홀로 보물 찾기를 한 기분이었다. 브라질에서 장거리 버스를 탄다면 한 번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브라질 휴게소 I
어딜 가나 휴게소는 일반 슈퍼보다 비싼 건 당연한데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과자 한 봉지에 2~3천 원씩 해서 손이 가지 않았다. 세일하는 과자들은 2개 20 헤알인데, 한화 약 5,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보통 세일하는 과자들은 별로 먹고 싶지 않다.
브라질 휴게소 II
휴게소 식사는 항상 뷔페식인 게 신기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서 무게를 재고, 그 무게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보통 100g에 7.99 ~ 9.99 헤알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대략 2,500원 수준인데 배고파서 양껏 담았다가 2만 원이 넘어서 깜짝 놀랐다. 그 이후로 무게가 잘 안 나가는 음식들 위주로 담았다. 뼈가 붙어있는 돼지고기, 닭고기는 과감히 제외했다. 뼈 무게는 안 빼주니까.
그리고 뷔페도 우리나라와 개념이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뷔페는 일정 가격을 내면 원하는 만큼 음식을 담아서 먹을 수 있지만, 남미에서는 뷔페라고 해도 원하는 음식을 다 담고, 그 음식의 무게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 이걸 볼리비아에서도 한 번 느꼈다. 양껏 담았는데 막상 결제할 땐 무게단위로 결제해서 금액이 왕창 나왔던 적이 있다. 기분 좋게 담았다가 기분이 급 상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저것 가득 담은 접시에 음식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브라질 휴게소 III
도착 예상 소요시간은 27시간이었으나, 막상 도착해 보니 30시간이 걸렸다. 3시간이나 늦어진 이유 중 하나는 버스가 이동하면서 밥을 매끼 다 챙겨 먹었는데, 아침, 점심, 저녁밥을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시간 되면 버스는 휴게소에 멈췄고, 그리고 꽤나 오래 쉬었다. 아마 이렇게 흘려보냈던 시간들이 모여 늦게 도착하게 된듯했다. 남미의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다들 너무 여유롭다.아주 나만 조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