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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Nov 28. 2023

볼리비아에서 얻은 아이디어 하나

'도복을 들고, 남미까지 왔는데 한 번 해볼까?.'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수도를 가는 것에 별 흥미가 없다. 물론 수도에 많은 것들이 집중되어 있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있는 편이지만, 수도보다는 조금 작은 도시나 자연환경을 보러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대도시를 가면 보이는 야경, 고층 빌딩 숲, 이런 건 어디서나 대부분 비슷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볼리비아 라파즈 호텔 화장실에서 보이는 야경

 볼리비아 라파즈의 낄리낄리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이 유명한데, 가는 길이 꽤나 위험한 편이어서 동행을 한 명 구했다. 남미사랑 카페에 '라파즈 낄리낄리 전망대를 같이 갈 인원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동행을 하더라도 밤에 가기엔 무서우니 낮에 다녀오자고 했다. 그래서 동행했던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도복을 들고 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그분께서 유명 관광지를 갈 때 도복을 입고 사진 찍는 게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다. 처음 들었을 땐, 창피해서 어떻게 입고 사진을 찍고 다니냐고 했지만 그 한 마디 덕분에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브런치 프사를 찍어왔다. 더 일찍 만났더라면 우유니 사막에서도 도복을 입고 갔었을 것이다.


치안이 안 좋다고 알려진 낄리낄리 전망대

 그 아이디어 덕분에 마추픽추를 걸어 올라갈 때, 가방에 도복을 챙겼고 아침 일찍 올라온 마추픽추는 안개가 가득했다. 안개가 걷히기 전에 미리 챙겨 온 도복을 주섬주섬 한쪽 구석에서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이드의 지도에 따라 움직이면서 포토존에 서서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러던 중, 같이 투어를 하던 스페인 부부가 물어보았다. "너 유도나 뭐 그런 선수니?" 물었다. 내 대답은 "취미로 배우고 있고, 남미를 주짓수 도복을 들고 다니면서 여행하고 있어, 재밌겠지?"라고 했다.


같은 투어를 하던 스페인 부부와 아기, 혼자 여행하다 보면 커플, 가족 여행객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캐리어 한편에 주짓수 도복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일은 굉장히 성가시다. 왜냐하면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활용도는 매트 위에서 말고는 쓸 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더 좋아하는 주짓수를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 그 자체였다.


무겁기 그지없는, 땀에 절은 주짓수 도복

 혼자 여행하면서 외로울 때도 있고,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었다. 여행 초기에는 모두가 나한테 해코지를 할 것만 같았고, 관광지에서 먼저 말 거는 사람들은 그저 눈탱이를 칠 사람들이라고 느꼈을 때도 있었다. 잘 모르는 여행지나 정보들에 대해서는 체육관에서 만난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꽤나 정확히 알 수 있었고, 간혹 같이 놀러 다니기도 했다. 운동하기 전에 같이 놀다가 각자 도복을 챙겨서 다시 체육관에서 만나곤 했다.


나를 친구로, 편하게 대해준 볼리비아 코차밤바 체육관 친구들


 현지에서 이런 위험 부담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현지인 친구랑 같이 다니는 것이다. 나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다. 그리고 내게 이런 아군을 얻는 곳은 주짓수 체육관이었고, 남미 지역을 돌아다니며 짧게는 하루 이틀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체육관에서 만났던 친구들 모두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었고, 난 그들을 100% 신뢰했다. 우린 주짓떼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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