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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Jan 26. 2024

지극히 주관적인 인종차별

그건 인종차별인 것 같아.

굉장히 어렵고 무거운 주제인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최대한 가볍게, 경험에 빗대어해볼까 한다. 약 1년간 중남미 10개국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말과 행동이 인종차별로 보면 인종차별이 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남미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당연 Chino/China, '중국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눈에는 아시아 사람이면 전부 중국인이다. 마치 우리나라에 서양인이 있으면 미국에서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쓰면 대게 멕시코 사람으로 본다.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벨라즈 등등 많은 중남미 국가가 있는데 멕시코가 대다수를 차지하니 그렇게 보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 우리나라 사람에게 중국인이라고 불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을 인종차별로 볼 수 있을까? 크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중국인이라고 하는 경우'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 심지어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모를 수도 있다. 어떻게 모를 수 있나 싶지만 그런 경우도 많다.




 그저 대부분은 국적을 모르고 생긴 게 동양인처럼 생겼으니, "Hola Chino!", "comó estas Chinito?" (안녕 중국인)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남미에 가기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고, 그렇게 부를 것을 이미 알아서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한국인이라고 정정을 해주지만 사실 그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겪었던 들 중 기분이 나쁠만한 것들은 주로 혼자 있고, 그들은 단체로 있을 때였다. '1 vs 다수'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더욱이 친구들과 함께 다닐 때 그런 일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국기를 달고 출전한 첫 시합


 이 사례도 굉장히 어이없는 일 중 하나다. 처음 주짓수 대회를 신청할 때, '나는 한국에서 온 ㅇㅇㅇ이라고 해. 주짓수 대회에 참가하려고 신청서를 넣는다. ~~~'라고 적어서 보냈는데, 나중에 보니 이름 옆엔 중국 국기가 붙어있었다. 이에 대해 몇 번이고 수정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미 대진표가 다 나온 상태라 수정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중국의 C도 꺼낸 적 없었으나, 나는 어느새 중국인이 되어 있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아래 두 명의 친구들처럼 국적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됐었다. 안 넣어도 되는 걸 굳이 중국이라고 넣은 이유가 뭘까?


 이렇듯 사실 공공연하게 많이 행해지는데 대부분은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또 여기서 기출변형이 있다. 바로 "니하오"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나름(?) 친근감의 표시로 상대 국가의 인사를 해줄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기준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대형 쇼핑몰을 돌아다니면 많이 듣을 수 있는데, 못 들은척 무시하고 유유히 걸어간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은 "칭챙총"인데 이것도 어느 한 다이소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하던 중 내 옆에 있던 여성 2명이 나를 보곤 자기들끼리 웃으며, 들리게 떠들었다. 그럴 땐 딱히 방법 없이 그 자리를 피하면 된다.


 이러한 들이 사실 종종 일어나지만, 대다수가 아니다. 주로 노숙자들, 길거리 부랑자, 취객들이 그렇게 행동하는데 그런 건 기분이 상할 수 있으나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대인배처럼 그냥 넘어가면 된다. 거기서 싸우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외국인인 나는 더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크게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건 인종차별인 것 같아."라고 할 때가 있다. 아마 차별에 민감한 나라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 별생각 없이 지나쳐갔던 일들 중에 그런 일들이 몇 번 있었으나,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아서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쩌면 나와는 다른 인종, 국적 등을 보고 포용하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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