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을 하며 도움을 많이 받은 곳 중 하나는 한국인 커뮤니티인 남미사랑 카페와 오픈채팅방이다. 매일 떠드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가끔 중요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남미 여행하는 다른 분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우와, 이런 곳이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멋있는 풍경을 보았다. 그 프로필을 보며, 여행을 준비할 때 비슷한 사진을 본 것 같아서 여기저기 검색해 보았다.
마침내 찾은 곳은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 마을인 코파카바나(Copacabana)였다. 라파즈에서 약 4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인데 당시 나는 수크레에 머물고 있었다. 볼리비아 다음 행선지인 아르헨티나를 생각하면 아래로 이동해야 했지만 사진 한 장에 빠져 거꾸로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수크레에서 라파즈까지는 버스로 대략 12시간이 걸렸다. 라파즈는 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사진 한 장에 꽂혀 편도 16시간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코파카바나 가는 길
라파즈에서 코파카바나로 가는 길은 버스로 약 4시간인데 거기에 보트까지 탑승해야 한다. 보트를 약 5분 정도 탑승하는데 버스도 같이 이동하는 게 신기했다. 이 가까운 호수를 건너기 위해 버스를 화물선(?)에 태워 이동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사람들만 호수를 건넌 후, 코파카바나 내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어떨까 했지만 여긴 볼리비아다. '여행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문제가 있겠지.' 생각했다.
볼리비아 지도
마치 코파카바나 호수를 건너는 버스와 같이, 나의 볼리비아 여행 루트는 비효율의 극치였다. 이로 인한 경제적, 시간적 낭비 등으로 이루 말할 수 없다. 계획 없이 다니면 이렇게 된다는 표본이 아닐까 싶다.
매료되었다는 그 사진이 바로 이곳, 코파카바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티티카카 호수다. 비록 괜찮은 셀카는 건지지 못했지만, 이런 풍경을 맨 눈으로 보고 있노라면 감히 '황홀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 동선을 다 무시하고, 총 16시간 버스와 보트를 타고 왔구나 싶었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큰 감동이 밀려왔다.
코파카바나
볼리비아는 2월에 오루로(Oruro)라는 지역에서 굉장히 큰 축제를 진행한다. 이 시기에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축제를 즐기는데 마치 우리나라 설 명절 시기를 보는 듯했다. 전망대를 오르는 길에 집이 많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집 주변으로 술을 뿌리고 계셨다. 마치 액운을 물리쳐주기라도 하듯, 그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전망대에 올라와서도 가족들끼리 모여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할머니 몇 분은 이곳에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계셨다.
태양의 신 동상
코파카바나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태양의 섬'이 있는데 이곳에서 잉카제국의 초대황제 망코 카팍과 부인이 태어난 잉카의 발상지여서 이런 동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코파카바나 풍경 사진 한 장을 다행히도 볼리비아에 머물고 있을 때, 알게 되어 감사했다.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혼자 떠났던 코파카바나는 내게 감격스러운 여행지 중 하나가 되었다. 가끔은 이렇게 무모하게 시도했던 선택이 후회 없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