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주짓수 체육관에서 Romain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브라질, 어머니가 페루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에게 브라질 피가 흐른다며 브라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아마 브라질 출신의 아버지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주짓수 이외에도 다양한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어떠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누군가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걸 아마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흔히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마치 지구 반대편에서 태극기를 보면 뭔지 모를 울림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과연 나는 국적이 한국이라서 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 자랑스럽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음... 아마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K-pop, K-drama, K-food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그 친구가 가진 브라질의 'Pride'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그런 자부심을 가진 친구가 한편으론 부러웠던 것 같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훌륭하신 분들 덕분에
한때 여행 관련 글을 찾아보는데 이런 글이 있었다. 한류 문화덕에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 가면 대접받는 수준이 달라졌다며, 1-20년 전에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BTS, BLACK PINK 또는 넷플릭스 'SQUID GAME' 등을 이야기하며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 덕을 세계 곳곳에 있는 한국인들이 받고 있는 것이다.
남미를 여행하며 그런 경험을 종종 할 때가 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어설픈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던가, 단편적으로 본 한국의 모습에 대해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한국인 앞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모습들이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더욱이 볼리비아를 여행하던 중 한 작은 문방구에 BTS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보며 신기함과 동시에 '이렇게 영향력 있는 그룹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에서는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고, 어디서 인터뷰를 했고, 어떤 상을 받았고' 등등 그저 기사로만 접하게 되니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렇게 눈으로 보니 더 실감이 났다.
한국에서 지낼 땐, 아이돌 노래를 잘 듣지 않았는데 덕분에 여행을 편하게 한다는 감사의 마음과 존경의 의미로 노래를 일부러 찾아서 듣곤 했다. (조회수 하나를 올린다는 마음으로)
브라질 리우 코파카바나 해변
태극기를 가져갈까?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가방에 태극기 패치를 붙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 붙이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려봐야 여행 중 한국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어색할 것 같았고, 특별히 이득 될 것이 없다고 느껴졌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태극기가 흔하지만 남미에서 태극기를 정말 찾기 어렵다는 것을 여행 전엔 알지 못했다.
남미 여행을 다시 떠난다면 혹은 주변에서 간다면 태극기를 붙이고 가는 것이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어차피 남미에서는 동양인이면 눈에 띄기 때문에, 태극기를 붙여서 받을 불이익은 크게 없다고 본다. 오히려 중국인으로 오해받을 것을 방지해 주어 스트레스가 적을 것이다. 중국인으로 오해를 한참 받다가 늦게서야 도복에 태극기 패치를 붙인 나처럼 후회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붙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