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동행하던 형과 함께 살타 시내 구경을 하다가 날이 더워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당시 장염으로 한참 고생하고 있던 터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이스크림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조금 더 고생하고 말지' 싶은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달러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암환전하면, 물가는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다. 암환율 덕분에 저렴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양껏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기 전에 동행하던 형이 빌려준 선크림을 바르는데 얼굴을 아무리 문질러도 백탁현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나를 아무도 모르니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이 허옇게 뜬 채로 다녔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중 한 장의 휴지를 건네받았다.
'Isntagram'
이 휴지를 받기 전에 한 아주머니가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 mi hija ~~"라고 했다.
(mi hija는 스페인어로 '내 딸'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으나, 그중 알아듣은 것은 "내 딸이 ~"라고 한 것만 알아 들었다. 대략적으로 아주머니 딸이 연락처를 주고 싶은데 용기는 안 나서 대신 전해주신 것 같았다.
난생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정확히는 왓츠앱 번호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받았다.
이렇게 얼굴이 허옇게 뜬 채로 다녀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형과 한참을 박장대소했다.
아마도 비루한 외모에도 동양인이라 눈에 띄었나 보다.
모쪼록 연락처를 받았으니 일단 사진을 한 번 찍어놓고, 다 먹은 아이스크림과 함께 정리해서 휴지통에 정리했다. 그리고 이때까지는 살타를 곧 떠날 생각을 해서 연락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살타 카파야테(Salta cafayate) 투어 예약을 알아보던 중, 렌터카를 빌려서 여행하면 훨씬 더 자유롭고, 저렴한 가격에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4명이 필요했다. 나와 동행하는 형 그리고 2명이 더 필요했는데, 남미 여행자 커뮤니티를 통해 구해보려고 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결국궁여지책으로 휴지에 적힌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후에 만나진 못했다. 알고 보니 한참 어린 학생이었고,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도 못 꺼낼 나이어서 그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