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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Mar 06. 2024

아르헨티나에서 번호 따인 썰

인생 최초 번따

때는 아르헨티나 살타를 여행하던 중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생긴 일이다.


같이 동행하던 형과 함께 살타 시내 구경을 하다가 날이 더워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당시 장염으로 한참 고생하고 있던 터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이스크림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조금 더 고생하고 말지' 싶은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달러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암환전하면, 물가는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다. 암환율 덕분에 저렴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양껏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기 전에 동행하던 형이 빌려준 선크림을 바르는데 얼굴을 아무리 문질러도 백탁현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나를 아무도 모르니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이 허옇게 뜬 채로 다녔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중 한 장의 휴지를 건네받았다.


 'Isntagram'

 

 이 휴지를 받기 전에 한 아주머니가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 mi hija ~~"라고 했다.

(mi hija는 스페인어로 '내 딸'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으나, 그중 알아듣은 것은 "내 딸이 ~"라고 한 것만 알아 들었다. 대략적으로 아주머니 딸이 연락처를 주고 싶은데 용기는 안 나서 대신 전해주신 것 같았다.


 난생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정확히는 왓츠앱 번호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받았다.


이렇게 얼굴이 허옇게 뜬 채로 다녀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형과 한참을 박장대소했다.


아마도 비루한 외모에도 동양인이라 눈에 띄었나 보다.


 모쪼록 연락처를 받았으니 일단 사진을 한 번 찍어놓고, 다 먹은 아이스크림과 함께 정리해서 휴지통에 정리했다. 그리고 이때까지는 살타를 곧 떠날 생각을 해서 연락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살타 카파야테(Salta cafayate) 투어 예약을 알아보던 중, 렌터카를 빌려서 여행하면 훨씬 더 자유롭고, 저렴한 가격에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4명이 필요했다. 나와 동행하는 형 그리고 2명이 더 필요했는데, 남미 여행자 커뮤니티를 통해 구해보려고 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휴지에 적힌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후에 만나진 못했다. 알고 보니 한참 어린 학생이었고,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도 못 꺼낼 나이어서 그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말았다.


 그렇게 인생 최초의 번호 받은 일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안녕 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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