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인이 있는 강아지라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험처리를 한다던가,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던가 할 수 있지만 남미에서는 떠도는 개도 많고, 만약에 물리더라도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보험처리는커녕 다들 모른다고 갈길 가버리면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더 무서웠다.
목줄 없이 산책하는 강아지
작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덩치가 크고 사나운 강아지를 보면 이곳에서는 특히 더 긴장된다. 남미에서는 꽤나 큰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도 많고, 흔히 경호견이라고 하는 로트 와일러, 저먼 셰퍼드, 도베르만 등의 성견을 목줄도 없이 산책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물론 강아지 입장에서 보면, 자유로운 환경이니 강아지의 견권(?)이 높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볼리비아 수크레와 우유니를 여행할 때, 두 번이나 물렸기 때문이다. 한 번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발을, 다른 한 번은 우유니 시내를 걷고 있는데 떠도는 강아지가 갑자기 점프를 하더니 허벅지를 물었다. 그나마 세게 물리진 않았지만 엄청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내가 먼저 강아지에 다가가지 않으면 그런 일은 없었는데, 이렇게 물리는 일이 한두 번 생기니 트라우마가 점점 생기는 듯했다.
길거리에 떠도는 3마리의 강아지
이렇게 길거리에 강아지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야 할 때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돌멩이부터 찾는다. 없으면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꽉 쥔다. 혹시나 강아지도 내가 겁먹은 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최대합 겁먹지 않은 척 당당하게 지나간다.
주인이 있는데 풀어놓고 키우는 것인지, 누군가 유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유니에 간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도 이곳에서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걷던 중 물렸으니 말이다.
물렸던 곳이 대략 이쯤이었다.
또 다른 경우는 물리진 않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숙소 계단을 올라가던 중, 강아지와 함께 내려오는 사람을 마주치는 상황에도 꽤나 겁이 난다. 좁은 계단에서 목줄도 없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강아지와 나는 어느 순간 눈높이가 같아져 버린다. 그때는 또 벽에 붙어서 길을 비켜줘야 했다. 혹여 짖기라도 하면 걱정은 두 배가 된다.
속으론 만약에 나에게 덤벼든다면, 바로 뒤를 잡아 강아지 목을 노리는 리어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로 기절을 시켜야 할까. 심각한 고민을 한다. 작은 강아지라면 가능하겠지만 '큰 이빨을 가지고 있는 덩치 큰 개라면 제압할 수 있을까'싶다.
남미를 여행하기 전 그렇게 많이 준비하고, 파상풍, 황열병 등 예방 접종을 받을 때 광견병 주사도 같이 맞고 올걸 하며 걱정이 되기도 했다. 광견병은 잠복기가 3-6주 있고, 증상이 나타나면 4-10일 사이에 사망하게 되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글을 읽은 뒤에, 여행을 하며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미 길거리에서 떠도는 강아지를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엄청 마르고 불쌍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람만 보면 무섭게 짖어대거나 사람 주변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받는 광견병 예방접종은 한국 희귀 필수 의약품으로 구분되어 백신이 없는 경우도 많고, 접종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광견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을 모를 수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광견병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5만 9천 명이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 남미 여행 전 이런 고민이 된다면, 미리 예방하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