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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Mar 13. 2024

남미 주짓수 여행이라고?

처음 들은 부모님의 반응

남미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각 나라마다 체육관을 찾아다니며 운동을 하겠다는 걸 미리 이야기는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한 1년 정도 여행할 예정이고, 주짓수 도복을 챙겨가서 운동한다'라고 얘길 하니, 아버지는 걱정을 하셨다.


 아무래도 남미 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가 불안한 치안과 같은 좋지 않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곤 해서인지 그런 곳에서 주짓수를 하러 가는 건 나쁜 사람들과 엮일 수 있고,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여행만 하다 오라고 하셨다.


투기종목에 대한 오해


 이런 걱정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투기종목을 배우는 사람은 그저 험하고, 무서운 싸움꾼일 거라는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에, 도복 한 벌을 캐리어에 챙겼다.


 어쩌면 이런 매니악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린 분명 코드가 맞을 것이고, 관심사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매트 위에서 지루하게 싸운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스파링을 통해 땀 흘리고 더 가까워진다. 감사하게도 그렇게 친해진 친구들이  많았다.


여행하며 체육관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세상은 정-고, 개개인의 다양한 삶이 있다. 그 수많은 인생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왔지만,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아도 느끼는 것이 참 많았다. 가끔은 그저 해외에 있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조금은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만약 운동을 하지 않고 여행만 하고 왔다면, 현지인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 같다. 특히나 나처럼 성격이 내향적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그 나라 사람들과 많이 친해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의 수단으로 주짓수를 이용한 셈이다.


어렴풋이 알게 된 행복


 운동이 가기 싫은 날에는 더 운동을 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막상 하고 나면 개운하고, 기분이 더 나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피곤한데 조금 쉴까?'라는 생각이 들어도 어느샌가 주섬주섬 도복을 챙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여행을 하며, 처음 보는 친구들과 매트 위에서 뒹굴고 있을 때쯤 어느 순간 내 마음에 한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는 그 행복이 별거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진 것이라곤 28인치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가 전부였다. 물건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을 하며 어느 순간 숙소를 구해도 매번 체육관 근처로 잡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으며, 숙소는 도복을 매일 세탁해야 했기 때문에 세탁기를 매일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 여행을 하며 점점 모든 것이 주짓수가 중심이 되어 있었다. 여행도 체육관에서 만난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이 더 행복했다. 그들도 나를 신뢰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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