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했던 곳 중 지대가 높은 도시를 떠올리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도인 볼리비아 라파즈 (평균 해발고도 3,600m), 쿠스코 (평균 해발고도 3,400m) 등이 있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대략 4,000m 위에 있으면 숨 쉬는 것이 조금 버겁게 느껴졌고, 특히 오르막을 걸을 때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라파즈에 도착했을 때도 주짓수 체육관을 검색해 보았다. 시내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체육관 위치와 늦은 시간 숙소로 돌아올 교통을 생각하니 꽤나 복잡했다. 게다가 고산병으로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운동할 생각이 감히 들지 않았던 동네였다.
텔레페리코에서 바라본 라파즈 풍경 1
고산병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말하면
'높은 지대로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증상이다.'
산소부족, 혈액순환 장애, 체온조절 장애, 근육통,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두통이다. 높은 고도에 있다 보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두통과 어지러움, 코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텔레페리코에서 바라본 라파즈 풍경 2
고산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바로 저지대로 내려와야 한다. 증상을 완화해 줄 여러 약이나 산소 호흡기 등이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빠르게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이동하는 것이 방법이다.
또한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덜 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초대사량이 높은 경우 산소 소비량이 높아 일반일들보다 고산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에서는 고산병을 느껴볼 일이 없기 때문에 남미에 가서 알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행을 하는데 고지대만 가면 많이 힘들다면, 루트를 재설정해야 한다.
텔레페리코에서 바라본 라파즈 풍경 3
여행하며 고산병이 심한 사람들의 소식을 종종 들었는데 해발고도 3,600m인 우유니 사막에서도 증상이 심해 호텔 산소 호흡기를 이용하고, 빠르게 저지대로 이동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고지대에 올라갔을 때 증상이 심한 것 같다고 느껴지면 바로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저지대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 경우에는 고산병이라는 것을 대략적으로만 알고 여행을 떠났고, 크게 별걱정이 없었다. 정말 다행히도 나에게 고산병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3,000m 중반까지는 숨 쉬기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었으나 그래도 고산병의 가장 큰 증세인 두통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게 고산병이구나를 느낀 곳이 있었다. 바로 페루 쿠스코에서 가볼 수 있는 비니쿤카(Cerro Colorado Vinicunca), 7가지 색을 볼 수 있는 무지개산이다. 산 입구부터 4,000m대로 시작하여, 정상은 5,036m였다. 산 정상에 다다르면서 점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머리나 몸이 아플 때는 보통 참고, 그냥 하는 편인데 처음 경험해 보는 고산병 증세에 당황이 되었다.
'혼자 여행하는데 혹여나 산 정상에서 쓰러진다면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덜컥 겁이 났다. 어렸을 때야 뭐든지 이를 악물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혹 이를 악물고 참고 버티면 안 되는 것도 있었다. 그런 것 중 하나가 고산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정상에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숨 쉬는 것을 의식하며 걸었고,걱정이 되었지만다행히도 정상에 무사히 도착했다. 정상에서 줄 서서 찍는 포토존에서 얼른 몇 번 찍고 내려왔다. 기대했던 비니쿤카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5,000m를 경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볼리비아 라파즈에 안데스 산맥을 느껴볼 수 있는 '와이나 포토시' 등반 투어도 있다. 산 정상은 해발고도 6,088m이며, 난이도가 쉬운 편(?)이고, 2박 3일 또는 1박 2일 코스로 가능하다고 한다. 설산을 오르는 것이라 마치 엄홍길 대장님처럼 장비도 다 대여가능했고, 고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볼리비아를 떠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나중에 볼리비아를 다시 가게 된다면 6,000m의 고산을 등반하며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