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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Apr 08. 2024

곧 다시 돌아올게, Hasta pronto!

콜롬비아 메데진 마지막 일기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체육관 관장님께 작은 성의표시라도 하고 싶었다. 평소에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 근육 성장과 회복에 좋은 영양제를 섭취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게 필요할까 고민하던 중, 가장 무난해 보이는 센트룸 종합 비타민 세트를 하나 구입했다. 비타민 세트 하나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 화장품 가게에서 들러 마스크팩도 5장을 집었다가 '혹시 안 쓰실까 봐', 3장만 담았다.


 하지만 막상 선물을 전달하니, 마스크팩을 보시곤 "피부 주름에 좋은 거냐"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50대 남성이 마스크팩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 것 같았는데 이런 반응일 줄 알았다면, '더 사다드릴걸'하는 생각에 아쉬웠다.


 메데진에서 만난 친구들과 떠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진도 찍고, 그동안 가보지 못한 동네를 한 번 둘러보았다. 평소에 체육관 외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메데진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인 코뮤나 13(Comuna13)을 가보았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에게 줄 선물들도 챙겨두었다.


 떠날 생각에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다가 한국으로 귀국 전 날, 친구들과 마지막 파티를 했다. 핀란드에서 온 한 친구는 나를 위해 독한 술을 주문해 같이 원샷을 제안했다. 정말 써서 반쯤 마시다가 포기했다. 이후로 우울한 마음에 혼자 과음을 해버렸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여 비행기도 못 탈뻔했다.


 라우렐레스 번화가 LA70의 모습이다. 처음 이곳을 지나쳤을 때, 술 취한 사람들이 많아 엄청 겁을 먹고 소지품을 계속 확인하며 걸었지만, 몇 달이 지나자 나도 그들 사이에서 술에 취해 거리를 누볐다.


 게다가 숙소도 이런 번화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으니, 새벽까지 울리는 진동과 소음에도 익숙해졌다. 새벽 2시쯤 시끄러운 소리와 진동에 잠시 눈을 떴다가 시계를 확인하고 '한 2~3시간 있으면 끝나겠네' 생각하곤 또 잠이 든다. 이래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메데진에는 이런 버스가 굉장히 많이 돌아다닌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관광객을 위한 버스 클럽(?)인데, 비싼 가격으로 인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약 3~4시간 정도 운행을 하며, 시내를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뷰가 좋은 전망대에 버스를 세워 조금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마지막 날 타고 싶었는데 현지인 친구들의 반대로 결국 타지는 못했다. 가격이 50,000페소인데, 원화로 대략 17,000원쯤 되었다. 버스도 각양각색인데, 같이 탑승하는 인원들의 나이대가 어느 정도 맞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았다. 다음에 방문하면 1순위로 타볼 예정이다.


 메데진 라우렐레스에 있는 포토존이다.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면, 이곳 사진을 찍어서 올린 블로그가 굉장히 많다. 막상 메데진에 있던 6개월간 모르고 있다가 떠나기 며칠 전에 알았다. 우연히 포토존도 찾고, 밤에 아무도 사진 찍는 사람이 없어 혼자 '찰칵' 찍고 왔다.


'다들 메데진에 와서 사진 찍어서 올리던 곳이 여기였구나.'


 여행이 길어질수록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보다는 현지 친구들이나 오래 머문 여행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훨씬 더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콜롬비아에 도착한 후로는 검색하는 빈도가 굉장히 줄었다.


 메데진 공항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는데, 각국의 언어로 '다음에 만나자'라고 쓰여있었다. 한국어로도 '곧 봐요'라고 쓰여있는 걸 보며, 마음속으로 '그래, 꼭 다시 오자'라고 생각했다. 떠나는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이런 날이면 마치 하늘도 슬퍼 같이 울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해가 쨍쨍하게 뜨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숙취로 쓰린 속을 물로 달래고 있는데 관장님이 마침 공항 근처에서 살고 있어 마중을 나와주신다고 했다. 짧다면 짧은 기간 여행으로 와서 인연이 되었지만, 잘 챙겨주고 마지막 배웅까지 해주시는 것이 감동이었다. 메데진에 있던 6개월의 주짓수 생활을 꽤나 성실히 했던 것이 관장님께는 내가 좋은 이미지로 비친 것 같아 한편으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올해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 주짓수 세계 대회에 관장님도 출전하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행하며 만났던 친구들이 온다면 기꺼이 일본으로 날아가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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