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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Apr 11. 2024

귀국하기 싫었으나, 결국 한국행

메데진 ➡️ 리마 ➡️ LA ➡️ 서울

콜롬비아에서 귀국 티켓을 약 열흘을 남겨두고 결제하다 보니, 굉장히 비싸게 구입했다. 아마 평균 가격에 비해 약 1.5배는 더 준 것 같았다. 마지막까지 귀국하기 싫어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다가 비자 만료일에 맞춰 부랴부랴 떠나느라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아꼈던 여행 예산이 마지막 귀국행 티켓을 구입하느라 많이 늘어났다.


페루 호르헤차베스국제공항

 페루 리마 공항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 브라질 리우에서 페루 쿠스코에 가면서 경유할 때, 리마에서 콜롬비아 메데진을 갈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국하기 전 리마에 들렸다. 콜롬비아를 떠나 리마 공항에 오면 확실히 페루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들 외모만 보고도 '이곳이 페루이구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페루 리마 공항에 있는 편의점에는 24시간 운영하는 간단한 샌드위치, 햄버거를 판매하는데 가격이 공항치고는 생각보다 엄청 비싸지 않아서 리마에 올 때마다 햄버거를 사 먹었다.


 문득 파나마 공항 편의점에서 가격표가 없는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한 샌드위치 느낌의 제품이 가격표가 없었다. '샌드위치가 비싸봐야 대략 5-6천 원하겠지.' 생각했는데 딱 2배인 무려 10달러였다.


 제품을 들고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바코드를 찍었는데, 다시 무르기도 애매했다. 속으론 굉장히 놀랐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결제했다. 그 이후로 가격표가 없다면 항상 미리 가격을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게다가 13,500원짜리 샌드위치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내용물도 부실했다.


HOTEL COSTA DEL SOL

 돌아가는 길에 예정에 없던 플렉스도 했다. 리마에서 17시간 경유하는 티켓을 구매한 터라, 공항에서 불편하게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다가 비싼 공항 바로 앞 숙소를 예약했다. 리마를 조금이나마 더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날도 어두웠고, 굳이 시내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따듯한 물로 목욕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계획했던 숙박 예산에 비하면 몇 배가 넘었지만, 마지막만큼은 편리함을 위해 기꺼이 지불했다.


 귀국하기 전, 전자책으로 박건우 작가님의 '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보기엔 존경스러울 정도로 극한의 미니멀리스트였다. 책을 읽고 난 뒤, '조금이라도 따라 해 볼까' 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샴푸와 치약을 안 쓰는 일이었다. 머리는 그나마 짧으니, 따듯한 물로 오래 씻으면 기름기가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듯했지만 문제는 치약이었다.


 한 번 따라 해 보고자 일부러 치약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아무리 칫솔질을 열심히 해도 치약 없으니 개운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괜한 찝찝함에 껌을 씹고, 말을 해야 할 때 조금 위축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더군다나 이 비싼 호텔에서 애머니티로 치약이 구비되지 않고, 따로 구매해야 했다. 그저 작은 치약 하나 사서 사용하면 되는데 오기가 생겨서 치아를 더 박박 닦고 버텼다.


 나갈 때 호텔에 작게 숙박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곳에 가서 보니, 작은 치약은 4 솔이었다. (한화 약 1천 원) 작은 용량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개운함을 느끼기에 위해서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돈이었는데 나갈 때 보니 괜히 아쉬웠다.


'아, 천 원 쓸걸...'


 약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LA 공항은 길고 긴 입국 심사대의 풍경은 변함이 없는 듯했다. 페루 리마 공항까지는 스페인어를 사용했는데 미국에 오니 이제 영어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어색했다. 물론 콜롬비아에 있을 때도 주로 영어를 사용했지만, 이제 스페인어권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화감이 들었다.


 치약의 부재로 인해 찝찝하던 중 비행기에 오르니 웬걸 슬리퍼와 칫솔, 치약이 제공되었다. 비행기에서 이렇게 제공되는 건 처음 보았다. 덕분에 LA에서 서울로 오는 11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늘 궁금했던 기내식 비빔밥도 먹어보았는데,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다.



 한국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겐 당연 '회'다. 정말 그리운 음식 중 하나였고, 회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남미에서 괜히 날 것을 먹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 또 조심스러웠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실컷 먹었다.


 그리고 떡볶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 평소 거의 먹지 않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더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가끔 한식당에 가면, 혼자서도 떡볶이를 주문해서 먹기도 했다. 떡볶이 하면 순대와 튀김을 같이 먹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아쉬웠다. 음식을 그렇게 그리워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한식이 좋아지는 건 점점 나이가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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