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 끝에서
그렇게 떠나려고 하니, 콜롬비 비자가 약 2주 정도 남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 기간 안에 떠나야 했기 때문에 허겁지겁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귀국 준비를 했다.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친구들을 만나서도 우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친구들이 언제 다시 오는지 물어볼 때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2년 안에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어, 오래 걸려도 2년 반 안에 메데진에 돌아올 거야."
한 친구가 다시 물었다. "계획은 그렇지만 그때 되어서 다른 일이 생기면 못 올 수도 있잖아?"
그 친구 말이 맞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마 그동안 이 메데진 체육관에 오는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다시 오고 싶어 하고, 또다시 올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다시 오는 친구들은 몇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의 눈에는 나도 그중 하나라고 보는 것 같았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존재'로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여행 온 친구들 모두에게 정을 나눌 만큼 친절히 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종종 관장님이 다른 체육관으로 세미나를 가거나 대회를 참가하러 가시면, 저녁 수업이 끝나고 체육관에서 맥주 한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도 재밌었다. 운동이 끝난 뒤 마시는 맥주는 달콤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낄 날이 점점 줄어든다고 느껴졌다. 콜롬비아에서 일을 구하든, 해외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꼭 다시 돌아오겠노라 스스로 다짐했다.
떠나기 전 메데진을 기억할만한 기념품을 만들고 싶었다. 기념품을 거의 구입하지 않는 나였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것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메데진 교통카드가 떠올랐다.
평소에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아 만들지 않았던 교통카드를 떠날 때가 되어 기념으로 한 장 만들고 싶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특정 역에 가면 무료로 이름이 새겨진 교통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 얻은 교통카드는 한국에 돌아와서 내 방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다시 떠나는 날 지갑에 잘 챙겨서 돌아갈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