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토요일 저녁, Khalil이라는 친구가 콜롬비아를 떠나기 전 하우스 파티를 열겠다며 체육관 친구들과 럭비팀 친구들을 초대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여러 친구들을 초대하는 하우스 파티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우스 파티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니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자기 친구를 초대하면, 그 친구는 또 본인의 친구를 초대하여 파티장에 모두 모이면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그런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미국 영화에서 보던 그런 파티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막상 친구네 에어비앤비 숙소에 모이니 매번 체육관에서 보던 친구들이었다. 체육관과 다른 점이라면, 도복이 아닌 일상복이라는 점이 전부였다.
기대했던 것은 체육관 친구들의 지인이나 새로운 현지인 친구들 사귀는 것이었지만 그런 기회는 거의 없었다. 럭비팀에서 한 커플이 왔는데 간단히 인사만 하고, 금방 자리를 떠나 아쉬웠다.
디제잉에 열정적인 Jhonny는 항상 이 무거운 디제잉 기계와 스피커를 가지고 다닌다.
오후 7시에 모이기로 한 하우스 파티는 늘 그렇듯 8시도 아니고, 9시가 되어서야 대부분의 친구들이 도착했다. 일부는다른 일정이 있었는지 자정이 다되어 도착한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파티 시간이 7 시인 것을 제대로 알아 들었나 보다. 남미의 시간은 이렇게 몇 시간씩 늦어야 보통(?)이다.
이렇게 시간 개념이 사라진 채로 살다 보니 한국에서 항상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점점희미해졌다. 대부분의 약속 시간이 안 지켜지다 보니, 그들과 맞추어 살려면 같이 없어지게 되는 것 같았다.
술과 음악,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하지만 전날 칼리에서 12시간이 넘는 버스 이동으로 너무 피곤했다. 술만 마시면 오히려 졸렸고,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조용히 작은 방으로 가서 그냥 침대에서 뻗어서 잠이 들었다.
한 2-3시간쯤 자고 일어났을까. 눈을 떠보니 침대 밑에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 '날라'가 내 옆에 와있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아직도 음악은 크게 틀어져 있었고, 밖에 나가보니 친구들이 많이 떠나고 대략 8명 정도 되는 친구들이 남아있었다.
남은 친구들이 떠날 때 같이 나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남은 친구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안 했다. 마치 해가 뜰까지 놀아보겠다는 것처럼. 그래서 분위기가 조금 조용해질 때쯤 주최한 친구에게 집에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택시를 불러서 돌아왔다. 그렇게 콜롬비아에 와서 첫 하우스파티를 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들이 브라질로 여행을 떠나는 날,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친구네 집에 방문했다. 매일같이 하루 4~5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보내다가 떠난다고 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 못했다.
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 콜롬비아 생활이 재밌었고, 더 열심히 운동할 수 있었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과 꼭 다시 메데진에서 만나고 싶고, 언젠간 다시 돌아와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Khalil은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 재택근무 일을 구해 돌아온다고 했고, Jhonny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다며, 메데진에서 지낼 것이라고 했다. 나 또한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해외에서도 가능한 일을 구해 언젠간 메데진에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