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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Mar 21. 2024

칼리에서의 일주일

콜롬비아 칼리

시합 끝, 휴식 시작


칼리에서 숙소를 일주일이나 예약한 것은 일주일 뒤에 또 다른 주짓수 시합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칼리에서 메데진은 편도 버스 최소 10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세비야와 가까운 칼리에서 그냥 일주일을 지내려고 계획했었다. 장거리 야간 버스는 아무 데서나 잘 자는 사람이라면 괜찮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예민하다면 정말 피곤함이 오래간다.


 이번 대회 이후, 몸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일주일 뒤의 시합은 취소했다. 그리고 시합이 끝난 후 이틀간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방 안에서 넷플릭스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냈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이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걸 다 태우고 재만 남은듯한 느낌이었다.


 칼리를 시합 이외에 다른 정보가 없는 채로 와서 가봐야 할 곳을 몰랐지만, 그래도 온 김에 한 번은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 이곳저곳 검색을 해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Centro Comercial Chipichape 쇼핑몰

Cafe pintado

 머물고 있던 숙소와 가까워 종종 방문했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니곤 했는데 귀여운 카페도 있었다. 이 카페는 현지인 친구한테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음료를 마시며 어떤 캐릭터 모형을 물감으로 색칠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주로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나 아이와 함께하기에 좋은 이색 카페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와는 둘 다 관련이 없으니 그저 구경만 했다.


SPLASH ART

 'SPLASH ART' 업체 이름처럼 물감을 집어던지고, 장난감 총으로 쏴서 터뜨리고, 돌림판을 돌리면서 흩뿌리는 등 다양한 체험이 있었다. 신기해서 매장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가게 사장님이 편하게 둘러보라고 안내해 주셔서 사진도 찍고, 설명도 듣고 왔다.


칼리에서 안전하고 하는 동네, San Antonio

San antonio

 남미는 어딜 가나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특히 더 조심하라고 현지인들이 말해준 곳 중 하나가 바로 칼리였다. 메데진에서 만난 칼리 출신 친구들, 남미 여행자 단톡방 그리고 검색을 통해 알아본 정보에서도 칼리는 위험하다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안전한 지역을 굉장히 많이 알아봤었다.


 그중 하나가 San antonio였다. 칼리에서 안전한 동네로 손꼽힌다고 하며, 어떤 글에서는 숙소도 이쪽으로 잡는 것을 권장했었다. 낮에 잠시 돌아다녀서는 안전한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콜롬비아의 분위기였다.


Parque de Simón Bolívar 공원

 시몬 볼리바르 공원은 중남미 어느 지역에 가도 최소 하나씩은 존재하는데, '시몬 볼리바르'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시절 남미의 독립을 위해 힘쓰고 그란 콜롬비아를 만든 독립운동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공원뿐만 아니라 다들 알다시피,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가명을 채택한 볼리비아가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시몬 볼리바르 공원이 있으면, 남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 번씩 방문해 본다. 그저 이름만 따왔더라도 한층 이곳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Iglesia La Ermita 성당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하얀색 건축물이어서 바로 알아봤다. 개인적으로 종교과 인연이 없다 보니 예수상이나 교회 등을 보면 그저 멀리서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선다. 


Parque Artesanal Loma de la cruz 공원

 남미를 여행하면서 '야경'을 보러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혼자 다니니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꼭 야경을 보러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동행을 구하거나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남미 여행이 일정 기간 지나면서 처음 생각했던 규칙을 잘 안 지키는 등 느슨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콜롬비아 비자가 고작 한 달밖에 남지 않았고, 한국은 추석 연휴였다. 날짜도 그렇고, 괜히 기분이 감성적이어서 지구 반대편이지만, 멀리서나마 보름달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공원을 하나 정해 나왔다.


 마치 어떤 주문을 하는 듯, 까만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을 보고 있었다. 저 달이 보름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 달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에서 지내는 가족들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특히 어린 조카들이 그렇게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밤에 공원에 나와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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