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에 엄마가 됩니다

by 조아서

여름 출산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던 임신 초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12월 중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즈음이었다. 출산 예정일이 8월이라는 말에, 자녀가 있는 친구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한여름 출산이라니. 아고 힘들겠다."


그땐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임신 후기가 다가오자, 그 말들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SNS에 '여름 출산'을 검색하면, 여름 출산과 겨울 출산 중에 어떤 계절이 더 힘든지 나열된 글이 많다. 입을 모다 여름 출산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이 보인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고 지내도 더운 집 안, 땀을 뻘뻘 흘리며 걷는 저녁 산책길, 십 분만 걸어도 땐땐 붓는 몸. 특히 요즘같은 극한 폭염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습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출산의 기척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다정한 시선들을 만났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만삭의 임산부를 보기 위해 집 근처로 놀러온 친구와 쇼핑센터를 구경하고 있었다. 올리브영에 구매를 하려고 함께 줄을 서 있는데, 한 여성분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언제 출산이에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얼떨결에 8월 중순이라고 답을 하니, 그 분은 본인도 두 자녀를 여름에 출산했다며 깊은 공감이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고단함을 이해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또 하루는 간단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늘도 없어 푹푹 찌는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아무 말 없이, 내 옆으로 와서는 쓰고 계시던 양산을 내 쪽으로 기울여 주셨다.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낮에 필라테스를 하고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 노부부 한 쌍이 탔다. 내 배를 보고는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예요. 파이팅!"를 외치셨다. 순간 당황했지만 "고맙습니다."로 화답했다. 집으로 가는 방면이 비슷해서, 엘리베이터에 내려서도 어르신들과 몇 마디 더 주고받게 되었다. 칠팔십대로 보이는 지긋한 어르신들은 지금이 가장 젊고 축복 받은 나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지만 참 곱고 예쁠 때라고, 좋은 생각과 좋은 태교해서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하라고 덕담을 건네주셨다. 마지막에 힘찬 "파이팅"을 다시 한번 외치시며 사라지셨다.


요새 낯선 이웃들의 눈빛과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새삼 느꼈다. 지나가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따뜻한 시선들에 분명 아이를 낳는 일은 축하 받는 일이구나를 몸소 체감한다.


다가올 미래에 두렵고 겁이 나기도 하지만, 뜨겁고 짠한 여름을 보내는 산모에게 다정한 관심과 응원을 주는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곧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이런 따뜻한 시선으로 이어졌으면 다정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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