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낮보다 길다

by 조아서

친구들과 대화 중에, "잠은 잘 자?"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막달이 다가올수록, 출산과 육아를 먼저 경험한 친구들은 산모의 불면증에 깊이 공감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내 몸 같지 않은 몸의 변화,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안, 뱃 속 아기의 거친 태동의 콜라보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옆으로 누워도, 똑바로 누워도 불편해 자세를 수시로 바꾼다.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 물을 적게 마셔도 방광을 누르는 느낌에 새벽 중 한번은 꼭 화장실은 간다. 새벽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릿하다. 다리에 쥐가 나서 잠에서 깬 적은 여러 번 있었으나, 손이 저릿한 느낌은 처음이다. 감각이 무뎌진 것처럼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다. 손가락을 잼잼하며 새벽을 맞이할 때면, 불면은 단순히 몸의 불편함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새벽 3시, 4시, 잠들다가도 이 시간만 되면 눈이 갑자기 떠진다.

밤이 되면 막달 엄마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는 듯하다.

과연 출산은 잘 할 수 있을까?, 출산 가방에 빠진 것 없나?, 쌓여있는 아기 빨래는 언제 다하나?, 태어나면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모유수유는 몇 개월쯤 해야 하지? 아기 키우다 취업은 언제쯤 시도하지? 등등.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어떠할지 짐작도 되지 않는 생각에, 별의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불안과 고민들이 이어지다가도 아기의 활발한 태동이 느껴지는 순간, 그 생각들이 금세 사라진다.

조금은 거칠게(?!) 놀거나 딸꾹질을 하는 아기. 어느새 많이 좁아진 엄마의 뱃 속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음에 감사를 느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태동을 그저 어렴풋이 짐작만 했었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배에 가만히 손을 올려놓으면 손과 발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신기하다. 태동은 오롯이 엄마만 느낄 수 있는 아이와의 교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태동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문득 밀려오기도 하다.


남편은 오늘도 누운 지 10분도 안돼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잠을 잔다.

참나,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 남편이라도 잘 수 있을 때 잘 자야지. 곧 수면부족의 세상이 올테야.'


모두가 잠든 세상에서 나만 깨어있는 것 같은 외로움 같은 건 없다.

아기와 함께하니까.

'우리'의 밤은 낮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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