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적막함을 깨는 건 아기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작디작은 생명체가 우리집에 온 첫 날, 아기가 우는 이유를 도통 모르는 초보 엄마는 울기만 하면 다급하게 옷을 벗고 젖을 물렸다. 30분마다, 1시간마다 모유 수유를 했지만 아기는 만족하지 않은 듯 울어댔다. 모유를 먹이는 것이 겁이 났다. 아기가 충분히 배부른지 알 수 없어 답답했고, 부족한 양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는 첫 날, 고작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부터는 분유를 먹였다. 분유는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젖병을 물고 꼴깍꼴깍 먹는 모습에 놀라, 다급히 젖병을 빼고 트림을 시키려 등을 두드렸다. 이대로 숨이 넘어가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나는 잘 먹고 있는 아기의 밥그릇을 갑자기 뺏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 분유를 먹이는 것마저 겁이 났다.
아기가 숨을 쉬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잠 못 이루는 밤, 아기가 토를 할까 봐 눈을 떼지 못한 채 초조하게 지켜보던 낮, 오롯이 단둘이만 있는 시간을 버티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분유뿐만 아니라 태열이 올라온 얼굴, 발진이 난 엉덩이 등 모든 게 엄마 탓 같았다. 이미 나를 뒤덮은 불안은 어떠한 육아 서적이나 유튜브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혹시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겁이 나서 볼 수가 없었다. 새근새근 자는 아기를 볼 때면, 눈물만이 주르륵 흘렀다. 남편이 들을세라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다. 미숙한 엄마라는 미안함과 죄책감만이 가득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며칠을 끙끙댔다.
산후관리사님과 같이 있는 오후 시간, 점심을 먹으며 지나가는 말로 "분유 먹이는 게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관리사님은 본인이 봐주겠다며 먹여보라고 하셨다.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다 나는 또다시 놀라 젖병을 빼고, 아기가 꼴깍꼴깍 먹는 소리가 무섭다고 말씀드렸다. 관리사님은 숨 넘어가는 소리가 아닌, 아기가 자신만의 호흡으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곤 엄마가 무서웠겠다며 공감해주셨다. 덧붙여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겁만 내지 않으면 된다고 다독여주셨다. 이유를 알게 되니 그제야 편안해졌다. 마치 꽁꽁 묶여있던 가슴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후, 혼자 있을 때 친구 Q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친구 Q는 "어때?,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 한마디를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친구는 나의 떨리는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챘다.
"에고, 너무 고생했어."
나는 끅끅 울며 말했다.
"아빠는 척척 잘하는 것 같은데...나는 너무 부족하고 무지한 엄마 같아."
친구 Q는 말했다.
"나도 그랬어. 그리고 엄마 아빠는 사고가 달라. 아빠는 아기를 보면 책임감이 먼저 들지만, 엄마는 감정이 앞서. 열 달동안 아기와 연결된 엄마니까, 아기가 어떻게 될까봐 겁나고 불안함이 드는 거야. 나는 심지어 한 달 내내 새벽마다 울었어. 그런데 OO은 나보다 더 씩씩하고 차분하니깐 잘할 거야."
나를 너무 잘 아는 친구의 진심 어린 위안이었다. 친구의 위로에 일렁이는 감정이 곧 잔잔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겼다. 누구에게나 다, 낯설고 서툰 시작이 있었다. 하지만 서툰 엄마의 시간은 무조건 지나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새벽이 왔다.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도 여전하다. 그러나 두렵지 않으려 한다. 이 울음소리가 이제는 '괜찮아, 우리 함께 잘 해낼 수 있어'라고 속삭이는 듯한, 새로운 약속처럼 들리기 시작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