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출산휴가

by 조아서


50일된 아기와 24시간을 함께하고 있던 나에게, 매일 2~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남편의 출산휴가 덕분이었다. 남편은 본인의 출산휴가 기간동안 무조건 나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저 안방에서 쉬면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과격한 농담으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며 등을 떠밀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외출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할 정도였다. 하지만 남편에게 "나 혼자서 할 것도, 만날 사람도 없어."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자유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달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를 온전히 즐기거나, 노트북을 들고 나가 글을 쓰거나, 육아 서적이 아닌 평소 읽고 싶었던 경영 서적을 마지막장까지 다 읽기도 했다. 어떤 날은 인상깊게 읽었던 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오기도, 아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리고 서촌을 걸으며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의 시작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육아로 인해 흐릿해졌던 '나로서의' 모습이 다시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남편이 아기를 전담하며 내게 홀로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자, 나는 짧고 깊은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이를 향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했다. 사실 육아의 무게에 짓눌려 아기를 그저 '돌봐야 하는 존재'로 느꼈었다. 그러나 자유시간을 통해 충분히 충전하고 나니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에 깊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돌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선물해준 남편 덕분이었다.


육아는 삶의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 '함께'가 익숙한 삶이자 비중이 훨씬 커지겠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남편 역시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나'라는 개인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매일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면서도, 그 속에서 '나로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도록. 내게 가장 필요한 쉼표를 선물해준, 기꺼이 등을 떠밀어 준 육아 동반자,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앞으로도 이 육아의 여정 속에 더 단단한 부부가 되자.


이전 05화우리의 첫 가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