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속으로

by 박은영


이 세계를 어찌 설명해야 할까


한순간도 무지의 베일*을

가정해 보지 못했을 너에게


고개를 숙여봐


이 좁은 공간에도 사람들이

살아, 숨 쉬고 있어


어제는 산불이 크게 났고


이런저런 무책임한

생각들을 헤아리다가


아, 나는 아직


태우기 좋은 몰골


불이 나를 땔감으로 삼을 때

무슨 생각이 들까

무슨 모양일까 그 세계는


타들어 가는 자는

귀가 없어서 들을 수가 없다


태어나 보니 그랬고

그들에게 선택지는 아무것도


불길에 휩싸인 공간

발을 디딜 수 없어


믿을 수 있니


그럼에도 악착같이

뛰어 들어가는 자들이 있고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체


잿더미를 움켜쥐고 울부짖다가

이내 함께 덮어쓰는

그런 세계가 정말, 있다고


keyword
박은영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장인 프로필
구독자 613
매거진의 이전글침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