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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by 박은영


선생님,


요즘 자주 눈물이 나요


지난주에는 넘어져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상처가 그다지 아팠던 것도 아닌데요


대체 뭐가 서러웠던 걸까요?


잠은 꽤 잘 자는 것 같은데 자주 울면서 깨요

꼭 그런 일은 꿈에서 먼저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일찍 잠들거든요


세상은요 눈을 뜨거나 감아도 별반 차이가 없어요


저는 이 지구에 살아도요

자주 다른 세상에 건너가거든요


문장이 세계가 되기도 해요

사랑해서 서러운, 그 어떤 문장을 찾으면 온종일 그것만 곱씹을 수 있어요


문장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아세요?


한때는 끝내 머무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지금은 뭐든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해요


투명한 게 제일 무서워요


바닥에 비친 애처로운 얼굴 어딘가 고장 난 걸까요?


어려워요, 뭐든 사랑하는 것이요

그중에서도 저를 제일


하루 종일 슬픈 날도 있었어요

전쟁이 끝나지 않아서 누군가 사기를 당해서 뭐 이런저런 이유로요


그렇다고 제가 뭘 한 건 아니에요


무언가를 잔뜩 움켜쥐면 저도 그렇게 될까요?

그러면 저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싶어요


아, 이제 그만


감정이 요동칠수록 침착해야 해요 여기서는 큰 소리를 내면 안 되거든요


선생님, 그러니까요

이 말들은 여기 잠깐 내려두고 갈게요


저는 하나만 챙겨가면 되니까요


맞아요 그거요, 가장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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